[초동시각] '국민임명식' 이후 이재명 정부는

80여일간 현장 리더십 부각
인선 잡음, 메시지 혼선 등 불안한 대목도
본격적인 '국민주권정부' 출발 선언

[초동시각] '국민임명식' 이후 이재명 정부는 원본보기 아이콘

국가 운영은 관현악과 닮았다. 관현악에서 '서주(Prelude)'가 끝나면 지휘자는 서곡에서 약속한 '본 주제'를 관객에게 연주로 증명해야 한다. 훌륭한 지휘자는 서곡에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본 주제에서 기대를 넘어서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80여일은 '서주'에 가까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 능력으로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12·3 비상계엄'이 남긴 현실은 척박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올해 6월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그 후과(後果)를 수습하며 속도를 냈다.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123개 국정과제를 내놓으면서야 기본 틀이 마련됐다. 15일 열린 '국민임명식'은 최종 임명권자인 국민 앞에 본격적인 국정 운영의 시작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초기 행보는 빠르고 직설적이었다. 국무회의·수석보좌관회의·비상경제회의 등을 잇달아 공개하며 데이터에 근거한 상황 파악과 공직기강 확립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대산업재해 사업장 간담회에서는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불러 야간노동, 12시간 교대제, 재발 원인까지 구체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 대통령이 현장에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모습은 화제가 됐다.


그러나 불안한 대목도 드러났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참모와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는 인사 검증 체계의 허점을 보여줬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발탁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있었지만 '첫 인사'에서 신뢰를 쌓는 데는 실패했다.


여당과의 호흡은 매끄럽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보좌진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임명 절차를 이어가자 당내에서는 사퇴 촉구와 임명을 옹호하는 입장이 크게 갈렸다. 사퇴를 촉구하는 당 대표 후보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나온 직후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로 일단락됐지만, 그 과정은 적잖은 의문을 남겼다.

정책·메시지 관리의 혼선도 있었다. '6·27 부동산 대출 규제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의 첫 공식 반응은 "(이 대책은)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는 섣부른 답변이었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취지의 책을 썼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던 대통령실 비서관이 스스로 물러나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실은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러했던 80여일간의 '서주'는 끝났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15일 '국민임명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다. 포용과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은 하얀색 넥타이를 매고 '국민 임명장'을 받아 든 이 대통령도 그런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이 대통령은 "더 영광스러운 조국을 더 빛나게 물려주자"라면서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 평가는 한층 엄격해질 것이다.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는 사정이 더는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도는 대통령실 참모진·내각·여당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12·3 비상계엄' 후과를 잊을 만큼의 안정적 국정운영과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증명할 시간이 도래했다.





임철영 정치부 차장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