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 가치가 급성장하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IP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글로벌 산업화 지표에서 50개사 중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IP 산업화 전략을 촉구했다.
대한상의가 17일 발표한 '지식재산권 산업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식재산권의 산업화 역량 지표인 세계적 지재권자(글로벌 톱 라이센서) 명단에 50개사 중 미국(32개)이 월트디즈니(미키마우스), 어센틱 브랜드(헌터 부츠) 등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7개)은 포켓몬 컴퍼니(포켓몬), 산리오(헬로키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도 알파그룹(양과 회색늑대) 등 2개사가 진입했다.
반면 한국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IP를 다각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원천 IP 부족, IP의 다각적 활용에 대한 전략 미흡,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지구촌 수출 관세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 위주의 '하드(Hard)' 머니 보다는 '소프트(Soft)'한 머니를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남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재권 사용료 수출이 10%(약 9억달러, 지난해 한국기준) 늘면, GDP(국민총생산)가 0.4%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 등 슈퍼 IP를 활용해 의류, 유명 유통사 등과 콜라보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약 620억 달러의 상품판매를 기록했다. 미국 톱 라이센서 32개사의 IP에서 파생된 수익은 약 2424억5000만달러(338조원)로 같은 해 한국 GDP의 13% 수준이다. 아이디어, 소프트파워 등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장수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를 보유한 일본의 산리오(84억달러), 다양성을 상징하는 캐릭터 '무민'을 보유한 핀란드의 무민 캐릭터즈(7억7000만 달러), 중국 국민 캐릭터 '양과 회색늑대'를 보유한 알파그룹(7억2000만 달러)이 순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한국에 스토리 중심의 슈퍼 IP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케데헌의 인기로 K팝 뿐 아니라, 김밥, 라면, 후드티, 매듭, 한옥마을, 남산타워, 팬덤문화 심지어 무속신앙까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제 수익을 올리는 쪽은 미국 플랫폼과 일본 제작사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스토리 중심의 IP 사업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대표적"이라며 "웹툰, 게임, 드라마, 굿즈, 공연 등으로 수익모델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스토리 중심의 슈퍼 IP 전략을 입체적으로 지원할 '케데헌 법안'이라도 만들어야 될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최근 "K-푸드를 전략적으로 수출산업화해서 우리의 수입을 최대화해야 한다"며 K-푸드 공급망 자체를 산업화하고 수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IP 주권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최근 제작비 문제 등으로 '오징어 게임', '무빙' 등과 같이 OTT플랫폼(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이 제작비 전액을 선투자하는 대신 콘텐츠의 저작권과 이를 통해 파생되는 부가가치가 모두 플랫폼에 귀속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IP 주권 펀드를 조성해 제작사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제작사와 플랫폼이 제작비를 공동 분담하고, IP 권리를 공유하게 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K산업의 해외 지재권 확보를 위한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IP 수출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평균 1000만원 이상의 출원비용을 내야 해외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마켓이 하나였던 시대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잘 팔면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만으론 성장이 힘들게 됐다"며 "K-푸드·콘텐츠 등 지재권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지속 수요를 창출하는 '락인(Lock-in)' 전략을 적극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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