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을 겸해 열린 국민임명식에서 '빛의 임명장'을 받았다.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의미로 흰 넥타이를 매고 올라온 이 대통령은 감사 인사를 표하고 국민주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빛의 임명장 구조물을 배경으로 연단에 오르자 관중석에서는 "이재명"을 연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민대표들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후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는 이 대통령 취임 72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일인 6월 4일 별도 취임 행사 없이 국회에서 소수의 인사만 초청해 '취임 선서'를 했다.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지난달 17일 제헌절을 맞아 취임식 성격의 국민임명식을 여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폭염과 호우 대응으로 취소됐다.
국민임명식 전 행사장에서는 각종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졌다. '해야' 노래에 맞춘 전통·현대 타악 길놀이, 풍물패와 퍼커션, 무용단의 공연, 광복 80년 기념 프로젝트 그룹 '투데이야'의 노래, 치어리딩 공연, 가수 이은미씨의 노래가 선보였다.
이 대통령은 1부 문화예술 공연이 끝난 후 하얀색 넥타이를 맨 채 김혜경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흰 넥타이는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새로이 시작하겠다는 의미의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입장 후에는 울진해양경찰서 구조대장 경위 김해인씨, 계명대 환경공학과 4학년 학생 장응표씨, 다섯쌍둥이의 부모인 김준영·사공혜란씨가 무대에서 본인의 경험과 애로사항을 대통령 내외 및 관객들과 공유했다.
본 행사인 국민임명식은 어린이합창단의 노래 속 미리 선정된 국민대표 80인이 이 대통령에게 수여할 임명장을 들고 무대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국민대표 80인은 광복 이후 민주주의, 경제성장, 과학기술, 문화 등에서 성과를 거둔 이들과 평범한 시민으로 구성됐다. 임명장 문구는 선정된 국민대표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사항을 바탕으로 직접 작성했다. 국민대표 직접 쓴 임명장을 무대 위 대형 큐브에 배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국민 대표인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으로부터 '빛의 임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무대 위로 등장한 이 대통령은 국민대표 80인 중 4인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았다. 국민대표 4인은 광복군 독립운동가이자 목연욱 지사의 아들인 1945년 8월 15일생 광복둥이 목장균씨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기업인 NC AI의 이연수 대표, 올해 칸국제영화제 학생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1등 상을 받은 허가영 감독이다.
이 대통령이 마지막 임명장을 거치하자 큐브에 불이 들어오며 빛의 임명장이 완성됐다. 이 대통령이 감사인사를 위해 연단에 오르자 관중 사이에서는 "이재명"을 연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민 임명장을 받은 이후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21대 대통령 이재명은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성큼성큼 직진하겠다"며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국민주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임명장을 건네받아 한없이 영광스럽고, 또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며 지난겨울 광장에서 분출한 시민의 열망을 국가 운영의 중심에 놓겠다고 했다.
감사 인사에서 이 대통령은 국정 철학의 핵심으로 '국민행복'과 '국민 역량'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역량이 곧 나라의 역량"이라며 "국민이 잘 사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 사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우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52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행복한 만큼 국력이 커진다"면서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우리가 상상하고, 꿈꿀 그 모든 미래의 중심에 위대한 국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도전으로 응전해온 기업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세계 시장을 무대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미래 준비의 핵심으로 과학기술을 꼽으면서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인들이 오직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든든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문화·체육 분야에 대해서도 "선열들이 갈망한 '높은 문화의 힘'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그 꿈에 날개를 달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역경은 전례 없이 험준하지만, 우리가 이겨낸 수많은 위기에 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라면서 "하나된 힘으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더 영광스러운 조국을 더 빛나게 물려주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대한국민께서 다시 세워 주신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임명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임명식에는 국민대표 80인뿐 아니라 국민 3000여명이 특별 초청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 종단 대표, 정치·경제·노동계 대표 등이다. 인터넷으로 참여한 일반 국민은 추첨을 통해 3500명을 초청했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시민은 초청되지 않은 시민까지 총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전직 대통령 등 보수 인사들은 대거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박근혜 전 대통령,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이순자 여사에게 초청장을 보냈지만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야외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려워 불참했다는 뜻을 전달했고, 박 전 대통령 역시 건강상의 문제로 장거리 이동이 어렵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야당도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 전인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대통령의 셀프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 등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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