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배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녀의 지능지수(IQ)를 높이는 '유전적 최적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베이 지역에서 인간 배아의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체들은 배아 유전자 검사와 이를 통한 IQ 예측 서비스 제공한다. 부모들은 여러 배아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참고할 수 있는데, '맞춤형 배아 선택' 서비스인 셈이다.
비용은 적게는 6000달러(약 800만원)에서 많게는 5만달러(약 7000만원)에 달하지만, 똑똑한 아기를 원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서비스를 찾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배아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뉴클리어스 제노믹스 창업자 키안 사데기는 "실리콘밸리는 IQ를 좋아한다"며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이 아이의 높은 지능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능력주의 문화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하버드 의대의 통계유전학자 사샤 구세브 교수는 "그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성취를 이뤘으며, 좋은 유전자를 보유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그들은 자녀들도 똑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IQ 예측 정확도는 낮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샤이 카르미 교수는 "현재 모델은 사람 간 인지 능력 차이의 5~10% 정도만 설명할 수 있다"며 무작위 선택 대비 평균 3~4점 IQ를 올릴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부작용 우려가 있다. 구세브 교수는 "높은 IQ를 선택하면 의도치 않게 자폐 스펙트럼 위험이 높은 배아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윤리적 논란도 일고 있다. 행크 그릴리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법센터장은 "부자들이 슈퍼 유전자를 가진 계층을 형성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노동자로 부린다는 건 과학소설에서나 볼 이야기"라며 "이게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최고급 유치원에서 IQ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도 높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부모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WSJ은 설명했다.
베르클리 유전체 프로젝트 공동 창립자인 츠비 벤슨-틸센은 "부모가 유전적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아이 기대 IQ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는 나치 독일의 정부 주도 우생학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똑똑한 사람들이 인간의 가치를 지키는 AI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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