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틈새에 빠져 실종됐던 25세 영국인 남성이 최근 녹아내리는 빙하에서 뼛조각으로 발견됐다. 이 남성의 유해는 6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연합뉴스는 12일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을 인용해 데니스 '팅크' 벨이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알려진 유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영국 남극조사국 소속으로 킹 조지 섬에 위치한 소형 기지에서 기상 관측 임무를 맡고 있었다.
벨의 임무는 기상관측 풍선을 띄워 3시간마다 영국에 라디오로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영하의 기온에서 발전기를 가동해야 했다. 꼼꼼하게 기록된 당시 남극조사국 보고서에는 "쾌활하고 근면하며 유머 감각을 갖고 있고 장난을 좋아한다"고 벨에 대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남극 대륙에서 120㎞ 떨어진 킹조지섬 조사에 나섰다가 '크레바스'라 불리는 빙하의 깊은 틈에 빠졌다. 사고 당시 25세였다. 킹조지섬의 '벨 포인트'(남위 62도 06분 41초, 서경 58도 51분 56초)는 데니스 벨을 기려 붙여진 지명이다.
그의 시신은 올해 1월 폴란드 조사팀이 기지 인근에서 유골을 발견하기 전까지 66년 동안 빙하 속에 잠들어 있었다. 벨의 유해는 빙하가 녹아 밀려나면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서는 무전기, 손전등, 스키 장대,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 칼 등 200여 점의 유품도 함께 나왔다.
4명의 폴란드 연구원들은 4차례 탐사를 통해 밸의 유해를 조심스럽게 모았다. 뼛조각이 발견된 장소는 벨의 실종 위치와는 다른 곳으로, 기후 변화로 빙하 위치가 이동한 때문으로 전해졌다.
그의 유해는 포클랜드 제도를 거쳐 영국으로 옮겨진 뒤 가족에게 돌아갔다. 벨의 남동생인 86세 데이비드 벨은 형의 유해로 확인됐다는 소식에 "형을 찾는 건 오래전에 포기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BBC에 말했다.
영국 남극조사국 제인 프랜시스 소장은 "데니스 벨은 극한 환경 속에서 남극 과학과 탐험에 헌신한 용감한 인물"이라며 "이번 발견은 그가 남긴 업적과 희생을 기억하게 하는 뜻깊은 계기"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령 남극 지역에서 과학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사람은 1944년 이후 29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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