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700원 내고 "너무 행복해"…'일하는 척' 출근하는 中 청년들 급증

중국 청년 실업률 14.5%에 달해
인턴 증빙·창업 준비 등 '가짜 오피스'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4% 이상으로 높은 수준인 가운데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내고서라고 회사에서 일하는 척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 일자리를 찾기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그저 집에 있는 대신 돈을 내고서라도 사무실에 출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해당 업체를 운영 중인 한 업체 대표는 "우리가 파는 것은 공간이 아닌 자존감"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4% 이상으로 높은 수준인 가운데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내고서라고 회사에서 일하는 척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4% 이상으로 높은 수준인 가운데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내고서라고 회사에서 일하는 척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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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영국 BBC는 중국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서 돈을 내고 '일하는 척' 출근하는 현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유 오피스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가짜 사무실'은 현재 선전, 상하이, 난징, 우한, 청두, 쿤밍 등 중국 내 주요 도시에서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컴퓨터, 인터넷 연결 서비스, 회의실, 탕비실까지 갖춰져 있어 얼핏 실제 사무실과 다를 바 없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그저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주어진 컴퓨터를 이용해 구인 공고를 살피거나 혹은 자신만의 창업 계획을 구체화한다. 일일 이용료는 대략 7500원 정도다. 일부 사무실은 점심이나 간식, 음료가 제공하기도 한다.


수이 저우(30) 요식업 사업에 도전했으나 지난해 실패를 맛본 청년이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 4월부터 홍콩에서 북쪽으로 약 114km 떨어진 광둥성 둥관시 소재 '출근한 척하기'라는 업체가 운영하는 가짜 사무실에 하루 30위안(약 5700원)을 내고 출근하고 있다. 저우는 "매우 행복하다"면서 "다 같이 팀으로 일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런 시설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14%를 웃도는 높은 중국 청년 실업률 때문이다. 즉 고학력 대학 졸업생들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식 통계를 보면, 올해 취업 시장에 진출하는 대졸자만 1222만 명에 달한다. 중국 경제 전문가이자 뉴질랜드 웰링턴 소재 빅토리아 대학교의 크리스천 야오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일하는 척하는 현상은 이제 매우 일반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제 구조는 전환기를 맞았고 교육과 고용 시장은 불일치하는 상황이기에 청년들에게는 다음 단계를 고민하거나, 임시로 무언가 할 만한 장소가 필요하기에 이 가짜 사무실은 이런 과도기에 필요한 해결책"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파는 것은 공간이 아닌 자존감"

실제 둥관 시 소재 '출근한 척하기' 사무실의 소유주는 올해 30세인 페이유(가명)이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작업 공간을 파는 게 아니라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자존감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유 또한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운영 중이던 소매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가 됐다. 그는 당시 "매우 우울했으며, 약간 자기 충동적 성향도 있었다"며 "상황을 바꾸고 싶었지만 무력했다"고 회상했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4% 이상으로 높은 수준인 가운데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내고서라고 회사에서 일하는 척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4% 이상으로 높은 수준인 가운데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내고서라고 회사에서 일하는 척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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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올해 4월, 가짜 사무실을 차리고 '출근한 척하기'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모든 작업 공간이 가득 찼다. 신규 가입자는 대기해야 할 정도다. 페이유는 고객의 40%가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로, 지도교수에게 인턴십 경험을 증명할 사진을 찍고자 온다고 했다. 이곳에서 오는 이들 중 일부는 부모의 눈치가 보여 오는 이들이다. 나머지 60%는 프리랜서로,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근로자이거나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작가까지, 디지털 노마드들이 대부분이다. 평균 연령은 약 30세다.


다만 페이유는 장기적으로 이 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이를 일종의 사회 실험으로 보고 싶다고 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짓으로 체면을 유지하는 곳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곳에서 진실을 찾는다"는 페이유는 "만약 단순히 고객들의 연기 연장을 도와줄 뿐이라면 이는 소극적인 기만에 동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 가짜 직장이 진짜 출발점이 될 때 비로소 이 사회 실험은 유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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