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5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82일 만이다. 두 정상은 한미 동맹을 포함한 안보 문제와 상호관세 합의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12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오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24~26일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회담은 한미 정상 간 첫 대면으로 두 정상은 변화하는 국제 안보 및 경제 환경에 대응해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방미는 '실무 방문'이 될 전망이다. 강 대변인은 "상호 관심 의제에 대해 심도 깊은 얘기 나누는 데 초점이 있는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빈·공식 방문이 아니기 때문에 공항 등지에서의 환영식도 생략된다. 재계와 기업인 등 경제사절단 동행은 논의되지 않고 있지만 "같이 갈 의사는 있다"는 게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미 백악관에서 열릴 트럼프 정상회담 외에 업무 오찬 등 여타 일정에 대해서는 확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또 강 대변인은 방미 일정에 김혜경 여사도 동행한다고 발표했다.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강 대변인은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 구축과 비핵화를 위한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두 정상은 이번에 타결된 관세 협상을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 포함한 경제 협력과 첨단 기술 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양국 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공동성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정부는 합의문 도출을 목표로 정상회담 직전까지 미국 정부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동성명이 발표된다면 지난달 31일 극적 타결로 마무리된 '상호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비롯해 한미 동맹, 한·미·일 안보 협력 등 안보 이슈가 두루 담길 가능성이 있다.
통상과 관련해서는 이번 상호 관세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제시한 3500억달러(약 485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 운용을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또 대미 투자펀드 외에 민간 기업의 기존 투자계획과 신규 투자계획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협상 타결 소식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한국의 대미 투자 금액은 2주 이내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 때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포함해 대중국 전략 등 국방·안보 이슈도 통상 협상 테이블에서 다뤄지지 않은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안보 현안을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의제를 띄워 부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화를 비롯해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까지 다양한 쟁점을 포괄하는 주제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주제가 여러 이슈를 포함하고 있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점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도 내부적으로는 한국의 기여를 늘리는 방안을 지렛대 삼아 여러 쟁점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또한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변화 등과 관련해 미국 조야의 시각이 제각각인 만큼 추이를 살피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21일 취임 후 11일 만에 방한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51일째였던 2017년 6월30일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박근혜(71일), 이명박(54일), 노무현(79일) 등 역대 대통령들도 비교적 이른 시간 미국 정상을 찾았다.
애초 이 대통령은 지난 6월15~17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상황 급변을 이유로 귀국하면서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같은 달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무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발표에서 한일 정상회담 날짜는 발표되지 않았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이 대통령이 방미 전인 오는 23일 일본을 들러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거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강 대변인은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를 재개하자는 교감이 있었다"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답했다. 만약 이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된다면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한 첫 한국 대통령이 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 6월17일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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