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쥐락펴락 트럼프…"엔비디아 블랙웰 中수출 검토"

'中 의혹' 인텔 CEO에도 면담뒤 태도 바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경영진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칩 판매 수익의 15%를 내는 조건으로 중국 수출을 허가해준 데 이어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어느 정도 성능이 떨어진 블랙웰 프로세서에 대해 거래를 할 수도 있다"며 "즉, 성능을 30~50% 정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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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블랙웰 칩에 대해 논의할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가 그 문제로 다시 나를 만나러 올 것 같다"며 면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그 경우 대형 모델이 아닌 성능을 낮춘 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엔비디아와 H20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대가로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내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전날 언론 보도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거래의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의 블랙웰 등 최신 칩은 중국 수출이 금지돼있다. 엔비디아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공지능(AI) 개발에 사용되는 첨단 칩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자 중국 시장용으로 성능을 낮춘 H20 칩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H20 칩의 수출도 금지했다가 황 CEO와 만난 뒤 돌연 입장을 바꿔 수출을 허가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4월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전용 새로운 칩을 개발해 허가받겠다면서 중국용 H20 칩의 기반인 호퍼 설계는 더는 성능을 낮출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형적인 협상 패턴이다. 무역에서 양보하는 대가로 미국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역량을 억제하는 기조를 돌연 뒤집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안보 명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임을 촉구했던 인텔의 립부 탄 CEO와도 면담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오늘 인텔의 립부 탄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함께 만났다"며 "매우 흥미로운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성공과 부상은 놀라운 이야기"라며 "탄씨와 내 내각 구성원들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며, 다음 주에 나에게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인 탄 CEO는 지난 3월 인텔의 새 CEO로 임명됐다. 그러나 미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톰 코튼(공화·아칸소) 의원이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탄 CEO의 중국 관련 의혹 해명을 촉구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탄 CEO는 반도체 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지냈는데, 이 회사는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중국 대학에 판매한 혐의로 미 정부에 막대한 벌금을 냈다. 또 탄 CEO는 자신의 벤처펀드를 통해 중국 기업 수백곳에 투자해 의혹이 증폭됐다.


지난 7일 트루스소셜에서 탄 CEO의 사임을 촉구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아 탄 CEO는 성공적으로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 말한 만큼 향후 인텔이 미 정부와 협력해 대규모 투자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CEO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수출 수익의 15%를 내게 한 것과 더불어 기업 경영에 대한 통제에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탄 CEO 회동 소식에 인텔 주가는 정규장에서 3.51% 상승 마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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