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집중 조명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NYT 온라인판이 '북한이 김정은의 사랑하는 딸을 후계자로 띄우는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북한 조선중앙TV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26일 보도했다. 배에 오른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팔짱을 낀 채 구내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NYT는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에서 김 위원장이 김주애의 손을 잡고 등장하면서 딸을 세상에 알린 이후로 북한 관영매체에서 김주애가 점점 더 눈에 띄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NYT는 "그녀는 북한에서 알려진 공식 직함이 없다. 외부 세계는 그녀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그녀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고 오직 '가장 친애하는' '존경하는' 지도자의 딸이라고만 언급한다"며 "아빠인 옆에서 수줍게 있던 소녀가 이제는 무대 중앙에서 대중적인 인물로 급부상했다"고 전했다.
NYT는 지난 3년여간 김주애가 세계 무대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중심으로 그의 입지를 분석했다. 김주애가 등장하는 초창기 사진에선 김 위원장의 뒤편에 자리하거나 모친인 리설주와 같이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2023년 9월 처음으로 김 위원장 옆에 나란히 앉은 사진이 등장했고, 김주애가 전면에 등장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NYT는 "그의 입지가 한 단계 높아졌음을 감지할 수 있으며 이런 사진은 김 위원장 허락 없이는 공개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주애가 등장한 39번의 행사 중 24번은 군 관련 행사였다. 지난해 10월에는 김 위원장이 딸을 앞세워 러시아 대사를 영접하는 조선중앙TV 영상이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그의 외교적 역할이 커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NYT는 "최근 김주애 등장 사진을 보면 현재 12살인 그가 세계 무대에 등장한 지 3년 만에 북한 정권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한국의 정보기관이 김 위원장에게 자녀가 둘 이상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김주애를 김 위원장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보고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 NYT는 주목했다.
NYT는 "가족력으로 추정되는 심혈관계 질환이 김 위원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김주애의 후계 구도 정립을 서두르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김주애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자녀"라며 "만약 그가 후계자로 지명된다면 고도로 군사화된 가부장제 국가이자 핵보유국인 북한을 통치하는 최초 여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러시아 대사관 방문 후 환송까지 딸 주애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도 지난 3일 김주애의 입지를 주목하는 기사를 냈었다. 당시 신문은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데리고 공식 석상에 연달아 등장하는 건 '지도자와 후계자'라는 이들의 위치를 정착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며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서 딸 김주애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후계 작업에는 일련의 절차가 있다. 먼저 지도자의 측근만이 후계자 존재를 아는 시기에서 출발해 서서히 국민에 그 존재를 의식하게 만든다. 이후 공식적으로 북한 노동당과 정부에서 활동을 시작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 중앙', 김 위원장은 '청년대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신비성을 높인 다음 정식으로 등장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 공직에 취임하지 않은 단계에서 김주애의 존재를 공개하고 후계 작업을 서두르는 배경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승계 도중 겪은 어려움을 딸이 답습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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