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높아졌다곤 하지만, 100세가 넘었을 때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막막해지는데요. 얼마 전 일본에서는 최고령 114세 할머니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려 1911년생인데요. 젊었을 때 의사로 활동하며 사람을 살렸던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번 주는 일본 최고령 114세 카가와 시게코씨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달 30일부로 카가와씨가 국내 최고령이 됐다고 발표했는데요. 같은 114세였던 히로야스 미요코씨가 별세하면서 카가와씨가 유일한 최고령이 됐다고 합니다. 연세가 있는 만큼 언론 인터뷰는 따로 받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관계자가 방문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언론에 공표했다고 해요.
나라현 야마토코리야마에서 나고 자란 카가와씨는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도 전에 의대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의대를 졸업하자 전쟁이 일어났고, 전시 중에는 오사카의 병원에서 근무하며 부상자를 돌봤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에는 본가가 있는 나라현으로 돌아가 산부인과, 내과 의사로 평생 마을 사람들을 진료했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의사로 일할 때는 늦은 밤이나 병원이 쉬는 날이라도 직접 왕진을 나가 집마다 방문했다고 해요. 옛날에는 나막신을 신고 산길도 진료를 보러 걸어 다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본인은 환자들이 만들어준 튼튼한 다리가 지금까지 건강한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114세의 나이가 실감이 잘 안 나는데, 올해 오사카에서 개최하는 엑스포 이전, 1970년 오사카에서 세계 엑스포가 열렸을 때 현장 의료진으로 박람회장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렇게 86세까지 의사로 활동하며 지역 의료를 도맡았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낮에는 주간 돌봄센터에 나가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114세의 나이지만 시력이 좋은 편이라, 집에서 TV로 뉴스를 보기도 하고, 신문도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요, 돌봄센터에서는 서예에 취미를 붙이고 꾸준히 서예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카가와씨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식사를 세끼 꼬박꼬박 챙긴다고 합니다. 대신 양은 많지 않게 소식한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도 사고하는 습관이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나는 파리 올림픽 때까지 살아야겠다", "내가 예전에 오사카 엑스포 의료진이었는데,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다시 열린다니 그때까지 살아야겠다"며 소소한 목표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카가와씨는 4년 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뛰기도 했습니다. 당시 109세로 휠체어를 타고 참가했죠.
2023년 장수 비결을 묻는 인터뷰에서도 그는 "장수 비결이라면 아무것도 없다. 대신 에너지는 나의 가장 큰 재산"이라며 "원하는 곳에 가서, 좋아하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 나는 자유롭고 또 자립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요즘은 태블릿 PC로 게임도 취미로 즐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신 한가지 비결로 꼽을만한 것이 있다면 그동안 의사로 활동하면서 돌봤던 사람들이라고 해요. 카가와씨는 "당시 내가 돌봤던 사람들이 이제 나를 오래 살게 해주고 있다"며 답해 주목받았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일텐데요. 삶을 긍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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