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위스산 금괴에도 39%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스위스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글로벌 금 현물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자 통관 결정서에서 미 세관국경보호청(CBP)이 1㎏ 및 100온스(약 3.1㎏) 골드바가 관세 부과 대상 코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CBP의 이번 결정은 골드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면제 대상인 다른 분류 코드에 해당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에 정면 배치하는 것이다. FT가 입수한 해당 서류는 미 정부가 자국 통상 정책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식 문서다. 스위스 정제소의 공식 질의에 대한 회신으로, 해당 골드바가 면세 대상 코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1㎏ 골드바는 세계 최대 금 선물 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형태로, 스위스가 미국에 수출하는 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스위스는 지난 6월까지 1년간 615억달러(약 85조2083억원)어치 금을 미국에 수출했다. 스위스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인 39%를 적용해 같은 규모를 수출한다면 240억달러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글로벌 금 거래는 스위스에서 주조되며 런던과 뉴욕에서 거래된다. 올해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트레이더들이 서둘러 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며 뉴욕에 사상 최대 재고가 쌓이고, 런던에는 일시적인 금 부족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다만 당시 발표된 관세 대상 품목에는 일부 면제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며, 업계는 여기에 골드바가 포함된다고 이해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국가 부채 급증, 약달러 등 영향으로 금 가격은 올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2024년 말 대비 27% 상승했다.
스위스의 여러 정제 업체들은 어떤 금제품이 면세 대상인지 파악하기 위해 몇 달간 변호사들과 논의해왔다. FT에 따르면 이 중 두 곳은 현재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미 금 수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크리스토프 빌트 스위스 귀금속 제조·무역 협회 회장은 이번 조치가 "스위스의 대미 금 수출에 또 하나의 타격"이라며 "이번 관세로 미국 내 금 수요 충족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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