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세계적으로 인수합병(M&A) 거래가 다소 주춤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해외에서는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규모는 늘어나는 '양극화'가 나타난 반면, 국내에서는 거래 건수와 금액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쪼그라들었다. 중금리가 지속되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여전하겠지만 관세 현실화와 불확실성 감소로 M&A 시장이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글로벌 M&A 트렌드: 중간 점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M&A 시장의 거래 건수는 2만334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반면 거래금액은 1조5030억달러(약 2141조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16% 증가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건당 거래 금액 50억달러 이상 대형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분야별로는 거래금액 기준 소비재(29%), 에너지·유틸리티·소재(23%), 산업재·자동차(22%), IT·통신&미디어(17%), 금융(11%) 등이 늘어난 반면 헬스케어는 15% 감소했다.
반면 국내 시장은 거래 건수와 규모 모두 줄었다. 총 737건이 거래되며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 감소했고, 거래 금액도 209억달러(약 30조원)로 15% 줄었다. 당초 M&A 활동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경제환경과 높은 원·달러 환율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M&A에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정부 부채가 증가하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약세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회수에 부담이 됐다. 컨티뉴에이션펀드(운용사는 유지하면서 기존 펀드가 보유한 우량한 자산이나 기업을 신규 펀드로 이전), 세컨더리 딜(PEF 간 거래) 등 자체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다만 AI가 주도하는 기술 혁명은 호재로 꼽았다. AI 기술을 넘어 반도체 및 관련 인프라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투자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협상 마무리로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M&A 시장이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소비재 ▲에너지·유틸리티 및 소재 ▲금융 ▲헬스케어 ▲산업재·자동차 ▲IT, 통신 및 미디어 등 6개 산업에 대한 상반기 결산과 하반기 전망을 담았다.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은 삼일PwC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민준선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상반기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AI 주도 산업 재편,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K-조선 및 방산 부상, 관세를 피하기 위한 미국 직접투자 증가, 삼성의 M&A 시장 복귀 등에 따라 M&A 시장은 완만한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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