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李·트럼프 관세 담판…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25일 한·미 정상회담 확정…관세 합의 구체화 숙제 남아
대미 투자 구조·농산물 개방 등 폭발력 높은 사안 여전

이재명 대통령이 직면한 외교 현안인 한미 정상회담의 관건은 상호관세 합의에 관한 구체화다. 한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대미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다.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해 1500억달러에 달하는 한미조선협력펀드를 포함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1000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에너지도 구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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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달 양국 합의는 대략적인 틀을 마련한 것에 가깝다. 구체적인 투자·구매 품목과 펀드 운용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협상 직후 워싱턴 D.C.에서 "사람들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얘기하지 않느냐"면서 "이번에 마련된 협상안을 갖고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과 세부 협상 과정에 있어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와 기업에도 이익이 공유되는 투자 구조를 관철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원하는 곳에 무작정 투자하거나 수익 대부분을 독식하는 구조는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 중심으로 펀드가 운용돼야 한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합의 직후 농산물 개방을 둘러싸고 드러난 한미 간 이견은 불안한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 트럭, 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completely open)'한다고 썼다. 하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쌀과 소고기 시장 등 농·축·수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30개월 미만 도축 소고기만 수입하는 규제도 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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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이러한 간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 때문이라고 본다. 합의에는 일부 농산물을 한국에 들여올 때 검역 절차를 보다 빠르게 하는 조치가 담겼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를 부풀려 극대화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미국에서 꾸준히 한국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해온 만큼 합의 이후에도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합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비관세장벽이 대두될 여지도 있다. 즉흥적으로 협상안을 조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정상회담에서 갑작스러운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관세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지난 1일 귀국하며 "언제 관세나 비관세 압박이 들어올지 안심 못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 온라인플랫폼법이다. 온플법은 애초 한미 협상 비관세 분야의 최대 쟁점으로 꼽혔다.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게 골자인데 미국 정부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정책실장에 따르면 온플법 역시 상호관세 협상 단계에서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최종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미국 측이 얼마든지 다시 온플법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도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구글은 한국 정부에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안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요청을 반려해왔다. 미국은 이를 한국의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협상 초기에 일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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