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행 가자" 해외 데려가 미성년자 성매매 유인…수억 뜯어낸 일당 검거

경찰'셋업 범죄' 일당 검거해 4명 구속
해외 카지노 관계자 섭외해 사기 도박도

공짜 골프 여행으로 재력가를 해외로 유인해 현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알선한 뒤,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수억 원을 갈취한 이른바 '셋업 범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차량에서 발견된 위치추적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피해자 차량에서 발견된 위치추적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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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7일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공갈,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직 총책 A씨(60대) 등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해외에서 범행을 계획한 관리책 1명에 대해서는 현지 경찰과 국내 송환을 협의 중이다. 이들은 2022년 12월 태국으로 함께 골프 여행을 간 사업가 B씨에게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도록 유도한 뒤 수사 무마 명목으로 2억4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B씨를 태국으로 유인하기 한 달여 전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골프 모임에서 B씨를 만나 '형님'으로 부르며 친분을 쌓았고, B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해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이어가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후 A씨는 "최근 홀인원을 해서 해외 골프 여행 공짜 티켓이 생겼다"며 태국 골프 여행을 만들어 B씨를 유인했다.


태국에서 A씨는 B씨에게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한 뒤, 성매매 사건으로 실제 체포되는 것처럼 연극을 꾸몄다. 여기에는 현지 관리책이 바람잡이 등 역할을 분담해 동참했다. 겁을 먹은 B씨는 수사 무마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2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한 뒤에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 B씨가 2023년 9월께 비슷한 수법의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주변에 털어놓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수사 끝에 A씨 등은 순차적으로 검거돼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됐다. A씨와 공범들은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추가 범죄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또 다른 공범 6명과 함께 해외 카지노 사기도박을 통해 돈을 가로챈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캄보디아의 카지노에서 또 다른 피해자 C씨 등 5명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여 9억5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번에도 골프 연습장 등에서 만나 알게 된 피해자들에게 해외 골프 여행을 가자며 캄보디아로 유인한 뒤, 카지노에서 속임수를 써 돈을 잃게 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카지노 관계자까지 섭외해 C씨에게 70만달러의 도박 빚을 지게 하고, 이 빚 때문에 일행이 카지노에 붙잡혀 있는 것처럼 꾸며 한 번에 6억80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 사건 역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6월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범죄에 연루시킨 뒤 두려움을 악용해 돈을 갈취한 전형적인 '셋업 범죄'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미성년자 성매매 혹은 도박죄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신고도 하지 못한 채 끙끙 앓아야 했고, 수사 과정에서도 진술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형사 처벌 가능성을 내세워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므로, 이에 응하지 말고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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