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타임(스마트기기나 컴퓨터 화면을 보는 시간)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심장 및 대사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 부족과 겹칠 경우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
6일(현지시간) 미국의 CBS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지나친 스크린 타임이 고혈압,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등 심혈관·대사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최근 게재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TV·게임기 등 디지털 기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청소년의 심장 건강 위험도가 함께 증가했다.
연구는 덴마크 내 10세, 18세 아동·청소년 참가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개인별 질병 위험도를 평균 대비 표준편차로 분석했다. 그 결과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10세 아동은 질병 위험도가 0.08표준편차, 18세 청소년은 0.13표준편차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시간 당 작은 변화처럼 보여도 몇 시간씩 누적될 경우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세 청소년의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은 약 6시간, 10세 아동은 약 3시간에 달한다.
수면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수면 시간이 짧거나 취침 시간이 늦은 경우 스크린 타임과 심장 질환 간의 부정적 연관성이 더욱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스크린 타임이 수면 시간을 잠식하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화면 시간이 수면 시간을 '도둑질' 하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호너 박사는 "어릴 때부터 스크린 타임을 조절하고 일상 속 균형을 유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심장 및 대사 건강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며 스크린 타임 역시 자가 보고 방식으로 측정돼 실제 사용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청소년의 스크린 타임이 단순한 정신 건강 문제를 넘어 신체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2023년부터 공중보건국이 "기술 무해지대(tech-free zones)"를 만들 것을 권고한 데 이어, 현재 미국 내 절반 이상의 주에서는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