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개포우성4차 시공권 경쟁에서 포스코이앤씨 참여가 불투명해졌다. 당초 롯데건설과 함께 양강구도로 수주경쟁을 벌였는데 잇단 사고로 면허취소 등 고강도 제재가 예고되면서다. 2파전으로 좁혀졌던 경쟁 구도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이탈 가능성이 거론되자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개포우성4차 재건축 현장 설명회에는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 제일건설 풍경채, HDC현대산업개발 등 4개 회사가 참석했다. 모두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그간 현장에서는 이번 수주가 2파전으로 흐를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유력 경쟁 후보로 거론됐던 삼성물산이 현장 설명회에 불참하고 개포우성7차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롯데와 포스코이앤씨 간 경쟁 구도로 개편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개포우성4차와 비슷한 시기에 입찰 공고가 나온 송파한양2차에 공을 들이고 있어 두 단지 모두 수주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단지 인근에 사무실을 차리는 등 적극적으로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현장설명회에서 가장 먼저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강한 수주 의지를 피력했다. 포스코이엔씨 또한 강남권 최초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해 타워팰리스를 대체할 '도곡동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이앤씨가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로 면허취소 위기에 처하면서 경쟁 구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서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4명이 숨진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 이후에도 인명사고가 나면서 안전관리 소홀 문제가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질타했다.
포스코이앤씨가 면허취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될 경우 입찰 참여는 불가능해진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영업정지나 등록말소가 확정되더라도 기존에 체결한 도급계약 또는 인허가를 받고 착공에 돌입한 공사는 시공을 이어갈 수 있으나 신규 수주는 원천 봉쇄된다. 전일 새 대표로 선임된 송치영 사장은 인프라 부문의 경우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면허취소를 면하더라고 실추된 이미지가 수주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앞서 지난 6월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전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정비업계에서는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도로 붕괴 사고가 수주 실패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이에 더해 대통령의 질타까지 이어지면서 '인명사고 기업' 낙인이 상당 기간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포스코이앤씨의 수주 참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대통령의 강한 질타로 사고 수습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장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조합원 A씨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중대재해 사고를 해결하는 데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입찰에 참여할 여력이 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합원 A씨는 "내부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과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정말 입찰에 참여해도 괜찮겠냐는 걱정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면서 롯데건설이 단독 입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건설에 개포우성4차는 강남권 핵심 입지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알짜' 사업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입찰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게 없기 때문에 속단하기 어렵다"며 "아직 기간이 남은 상황이라 현시점에선 경쟁구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롯데건설이 단독 응찰에 나선다면 유찰을 거친 뒤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맺자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입찰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돼 일부 주민이 실망했다"며 "롯데건설이 단독 입찰하면 유찰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조합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포우성4차 조합은 내달 9일 입찰을 마감하고 11월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에 9층 높이로 들어선 459가구 아파트로 재건축 후에는 최고 49층 108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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