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변호사 "검찰청 폐지 서민에 악영향…돈 없는 피해자는 경찰에 이의신청도 어려워져"

주요 사건 아니면 수사 미루기 불보듯
기관 새로 만든다고 대응역량 안 늘어
경찰 수사종결권 폐지 모든 사건 송치해야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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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4법에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김예원 변호사다.


분만 과정을 포함한 두 번의 의료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그는 범죄 피해를 입은 장애인, 아동,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십수 년째 무료 법률 지원을 해주고 있다.

누구보다 수사, 재판 현장 경험이 많은 그는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던 2022년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 변호사에게 이들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와 바람직한 검찰개혁의 방향을 물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국가폭망법" "지옥문이 열릴 것" 등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과격한 표현으로 많은 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지금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정보와 자원이 없는 취약한 범죄 피해자들이 겪을 고통이 너무 커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000건이 넘는 형사 사건을 최초 상담부터 판결 확정까지 깊이 들여다봤고, 수사와 재판 실무가 세세하게 변하는 것을 겪어왔다. 대한변호사협회에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등록돼 있기도 하다. 나뿐만 아니라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실무가들이 입을 모아 이건 개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 부작용을 미칠지 한 분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절박한 마음에 자꾸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쉬운 표현을 쓰게 된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권한은 막강해지는데 책임이 불분명해지는 점이다. 수사기관이 하나라도 더 생기면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여기저기서 붙어서 착착 수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직장인의 생리를 외면한 몽상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요 사건은 서로 수사하겠다고 할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사건은 개시조차 안 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미루기 더 좋아진다. 그리고 형사 사건은 중대하냐 안 하냐를 칼로 무 자르듯이 나눌 수 없다. 공수처를 통해 온 국민이 본 것처럼, 갑자기 무슨 기관을 하나 만든다고 범죄 대응 역량이 증가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취약한 형사 피해자를 지원해 온 입장에서 바람직한 검찰개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이 법안들은 겉으로는 '수사·기소 분리' 또는 '정치검찰 해체'라는 누구나 동의할 만한 캐치프레이즈로 포장해 입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법안의 내용을 보면 '1차 수사기관에 대한 법률적 통제를 최대한 없앤다'는 내용이 골자이자 핵심이다.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하다가 발생하는 위법이나 부족함을 법률 전문가가 기소 전에 고치고 보완하는 '수사 통제'를 위해 생긴 것이 검찰이다. 제도의 본질에 충실하면 대안은 복잡하지 않다.


지금 형사사건 실무가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대안을 말하고 있다. 첫째, 검찰 특수부(직접 수사 개시 권한)를 없애서 수사와 기소 분리를 완수한다. 둘째, 1차 수사기관은 수사를 자체적으로 종결하지 말고(수사종결권 폐지)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전건 송치). 셋째, 검찰은 더 이상 힘자랑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로서 송치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위법성을 덜어내고 부족한 수사를 보완해 충실한 기소를 한다. 이렇게 하면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사건의 흐름이 간명해지고, 기관 간 책임 회피를 없앨 수 있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기관 창설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최근 경찰 측 입장을 대변한 칼럼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정말 수사를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검찰만 없애면 된다'는 목적으로 짠 법안이 맞구나 알 수 있었다"고 적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경찰 측에서는 이 법안들이 통과돼도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 통제가 약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입법자들도 이 지점을 명확히 직시하면 좋겠다. 법이 통과되면 첫째, 검찰은 경찰이 종결하는 불송치결정 사건을 아예 들여다볼 수 없다.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경찰의 불송치결정을 다투려면 별도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 제한적이다.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던 때는 무료였던 대국민 법률서비스가 이의신청 비용, 송치 성공보수 등으로 몇백만 원씩 내야 되는 비싼 절차가 된다.


둘째,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봐서 송치한 사건이 제대로 수사가 돼 있지 않거나 위법한 수사가 있어도 검찰이 기소 전에 시정하거나 보완할 수 없다. 그냥 경찰에 재수사를 부탁하거나 수사관 징계를 요청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내용 통제를 없애고 실효성 없는 껍데기만 남긴 것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수사관 징계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 통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죄다 막아 놓고, 어떻게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수사 통제가 살아 있다"고 우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최근 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법안들에 대해 '검찰개혁법이 아니라 검찰개꿀법'이라고 표현했던데, 같은 맥락의 주장인가. 그렇게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면 왜 변호사단체는 조용한 것인가.

▲국회 법사위 공청회에서 진술하기 위해 8개의 법안을 찬찬히 보면서 현타가 왔던 지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문제라서 개혁한다고 하면서 정작 검찰이 가장 좋아지고 편해지는 법안인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검찰은 업무가 지금의 20~30%로 줄어들면서 정년까지 그 많은 월급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1차 수사가 미진해도 보완조차 못 하기에 편하게 불기소해 버리면 끝이고, 기소를 해서 무죄가 나와도 검찰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국민의 혈세로 훈련시킨 법률 전문가이자 전국 각지에서 근무 중인 2000명의 공무원을 그렇게 편하게 살게 해서야 되겠는가.


변호사 입장에서도 나빠질 것이 없는 법안이다. 어마어마한 먹거리가 열리는 법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경찰 고위직이 대거 수억 원대 연봉을 받고 로펌에 고문으로 취직해 일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뿐 아니라 수사기관이 난립하면서 수사 실무가 기관마다 달라지므로 그 절차마다 법률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그 정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이기 어려운 평범한 사람들이 이 법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범죄 피해는 누구나 당할 수 있으니까.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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