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찾은 서울 강북구 타로샵에서 나성연씨(24)가 사주 풀이를 받고 있었다. 타로 상담사는 나씨의 생년월일을 확인한 뒤 카드를 펼치고 "진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9월부터는 흐름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나씨는 "종교는 따로 없지만, 요즘처럼 불안할 땐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내적 위로를 받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타로·사주 등 점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반면 제도화된 종교는 점점 외면받고 있다.
종로구에서 7년째 타로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라희(61)씨는 "손님 10명 중 7명이 20·30대"라며 "취업, 연애, 인간관계 등 현실적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구에서 점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예전엔 40~50대가 주로 찾아왔지만, 요즘엔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챗GPT에게도 사주를 맡긴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신모씨(28)는 "타로샵 비용이 만만찮아 인터넷에서 사주 정보를 입력한 뒤 챗GPT에게 해석을 부탁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타로, 사주 관련 해시태그(#)는 100만여건에 달한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운세 관련 국내 채널 개수는 2684개다.
청년들 사이에서 점괘와 사주가 큰 인기를 끌자, 관련 종사자도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타로 관련 민간 자격증은 2018년 76개에서 올해 8월 기준 470개로 6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타로 관련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총 2660명에 달했다.
반면 제도화된 종교는 젊은 세대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20, 30대 비율은 2018년 각각 65%, 59%에서 지난해 69%, 63%로 상승했다. 이는 70대 이상에서 30%만이 '무교'라고 응답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 세대의 위로받는 방식과 삶의 태도가 변화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화된 종교는 정기적인 출석과 신앙적 헌신을 전제로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공동체에 속하거나 교리에 헌신하는 방식의 신앙은 부담스러워하지만, 여전히 위로받고 싶은 내적 욕구는 존재한다"며 "점괘나 운세가 인기를 끄는 것은 (특정 존재에 대한) 믿음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보다 개인적이고 유연하게 변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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