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 대통령,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은 기만"[소종섭의 속터뷰]

"윤 전 대통령과 공천 공모? 현실성 없어"
"지방선거, 다른 당과 연대·연합 없다"
"오세훈, 언제까지 좋은 아저씨? 결단 필요"

아시아경제 시사유튜브 '소종섭의 시사쇼'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간 날은 지난 5일이었다. 오전 11시, 이 대표는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지방선거에 대비한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선거 비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하고 있었다. 그의 방은 여느 의원들 방과는 달랐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실무형 벤처창업가 사무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역구(경기 화성시을) 지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쓴 '비룡득주(飛龍得珠. 나는 용이 여의주를 얻는다는 뜻) 액자가 눈에 띈 정도라고나 할까. 이 대표와의 인터뷰는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대선 이후부터 계속 프로그래밍하면서 지내고 있다. AI가 등장하면서 사람 숫자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 AI를 잘 다룰 줄 아는 것, AI기획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정치에도 비슷한 버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해 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다른 당들이 400억~500억원을 쓸 때 개혁신당은 28억원을 썼다. 새로운 이정표를 하나 세웠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돈 많이 드는 선거 구조, 비효율적인 구조를 도려내고 정치 문화를 바꿔야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 수 있다. 개혁신당이 모델 케이스를 만들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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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의 기치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충분히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민주당은 이미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졌다. 앞으로 무수한 이견이 노출될 것이다. 최근 보면 정책 관련해서 이견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개혁신당은 대선 때도 계속 완주 의지를 보였다. 호사가들은 개혁신당이 지방선거를 치러낼 수 있겠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개혁신당 지방선거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방선거는 수천 명의 후보가 각자 지역에서 풀뿌리 정치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비용이 굉장히 중요하다. 공천 심사 비용까지도 최소화할 생각이다. 공천 신청도 온라인에서 하고 면접도 화상으로 하면 된다. 굳이 서울이나 시도당이 있는 대도시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 60~70대라고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을 쉽게 해 문턱을 낮출 생각이다.

내년 지방선거 독자적으로 돌파할 것

지방선거 관련해 목표를 설정했나.

기초의원은 중선거구제가 적용되니 대학가 인근부터 당선자를 많이 내야 한다. 광역이나 기초단체장은 최대한 후보를 많이 내는 게 목적이다. 다른 정당들은 연대 전술을 쓰려고 할 것이다. 개혁신당은 그렇게 하지 않고 돌파해내겠다. 독자적으로 가겠다.


연합이나 연대는 생각하고 있지 않나?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다. 홀로서기를 하겠다. 가능성이 있든 없든 간에 돌파하는 것 외에 정치를 바꾸는 길은 없다.

이준석 대표는 "지방선거도 대선 처럼 독자적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방선거도 대선 처럼 독자적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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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연대를 하거나 연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나.

국민의힘과 연대를 한다는 가정이 있으려면 그게 아주 효율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효율적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입성하려는 인사들, 그리고 거기에서 역할을 하게 될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출마하려고 다들 난리 칠 것이다. 그 당의 정렬이 그쪽으로 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좁다.


김건희 특검이 지난달 28일, 30일 자택과 의원회관 등을 압수 수색을 했는데.

영장에 저랑 윤석열-김건희 이렇게 공모를 했다고 돼 있는데 국민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저를 쫓아내려고 했는지 다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저와 공천에 대해 공모를 했다? 쉽지 않은 얘기다. 당 대표는 공천에 대해서 권한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 대표가 공천에서 뭘 했다고 저를 수사할 수는 없다. 윤석열이라는 권한이 없는 사람과 공모했다고 공범으로 만들려는 것 같은데 그게 될 리 없다.

그럼 이 대표는 압수수색의 의미를 수사상 필요하니까 그냥 한 것 정도로 보나.

제가 당 대표였으니 윤석열 대통령 등과 관련해 뭔가 중요한 녹취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사실 특검에다가 이미 일정하게 제공했는데, 특검은 이것밖에 없어? 이렇게 본 것 같다. 국민의힘 대표로 있으면서 있었던 당내 비밀에 해당하는 일들을 다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수사에 필요한 내용,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시점에 어떤 요청을 하거나 한 것은 다 협조한다고 얘기했다.


특검이 압수한 핸드폰은 국민의힘 대표로 있을 때 사용하던 핸드폰인가?

아니다. 지난해에 바꾼 핸드폰이다.


특검의 압수수색, 정치 탄압인지는 두고 봐야

압수수색 자체를 바라보는 이 대표의 관점은 "정치 탄압이다" 이렇게 보는 건 아닌 것 같다

저도 그래서 특검의 실제 수사 책임자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수사의 방향을 어떻게 갖고 가려는 것인지.

이준석 대표는 "특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 혐의가 있다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준석 대표는 "특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 혐의가 있다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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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 날카롭게 공세를 펼쳤던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다면 이재명 정부가 시작하는 동력을 이상하게 잡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수사하다가 동력 다 잃어버렸고, 박근혜 정부는 초반에 통진당 해산하다가 세월호 맞아서 동력이 사실상 많이 위축됐다.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한다고 윤석열 한동훈 검사 써서 극한 대립을 만들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 잡아넣겠다고 난리 쳤다. 특검이나 책임 있는 사람을 만나본 뒤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가 굉장히 잘못 판단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오면 바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이 왜 온다는 건지도 모르고 다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 뭐로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지났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대선 때 제가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게 가장 우려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민 속에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이라크 파병 같은 것들에 대해 내가 왼쪽 진영의 지지를 받아도 이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한다면 그건 고심 끝 결정이다. 그런데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것은 원래 왼쪽에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거 때 그냥 사탕발림 소리를 한 게 된다. 이것은 기만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이 끝났다.

이불로 덮어놓고 왔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결국 대중국 스탠스 같은 게 문제가 될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추가로 들이밀 가능성이 있다. 원래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 와라" 이랬다가 지금 4주까지 늘어났다. 정상회담 전에 협상할 게 많다는 얘기다.


북한, 우리에게 관심 없다. 지금 남북 관계 성과 내기 어려워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요즘 확성기 철거하고 한미 훈련도 좀 연기하는 흐름인데.

북한은 우리한테 관심이 없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동맹 강화를 통해 많은 것들을 얻어내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이 대남 관계를 통해 현금을 얻어낸다든지 이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용병을 1만~2만명 보냈으면 상당한 외화를 획득했을 것이다. 에너지나 이런 것들도 러시아에 받았을 테고…. 그래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성과를 내는 방법은 우리한테는 하등 유리할 것 없는데 북한에 유리한 조건을 걸면 가능하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서 윈윈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윈 할 수 있는 게 없다.


민주당에 정청래 대표 체제가 등장했는데 어떨 것 같나.

정청래 대표가 좀이 쑤시지 않을까? 여당 대표는 잘하기가 어렵다. 권력이 대통령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위치를 잡기가 힘들다. 정 대표는 외향적이고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그런 분이어서 분명히 좀 파열음이 날 것 같다.


조국 전 대표 사면되면 이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 될 것

조국 전 대표 사면 관련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알아서 할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조국 대표가 사면 복권이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게 아마 큰 변수일 것이다. 조국 전 대표가 인지도나 지지세가 있기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조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의원직도 그만뒀고 안 나올 이유가 없다. 만약 서울시장에 나온다면 지방선거판에 제일 주목받는 플레이어가 조국 대표가 될 텐데,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이 되지 않을까.

오세훈 시장의 결단을 촉구한 이준석 대표는 보수 세력의 이합집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누구를 중심으로 판이 형성되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의 결단을 촉구한 이준석 대표는 보수 세력의 이합집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누구를 중심으로 판이 형성되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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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맥락의 얘기를 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을 다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긴박하게 그런 것들을 고민할 것 같다. 오 시장은 지금까지 선거를 많이 치렀고 본인이 하기 쉬웠던 선거, 가장 마음이 편했던 선거가 어떤 건지를 돌이켜보면 2021년 선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김종인 이준석과 치른 선거였다. 그 기억이 남아서 아마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오 시장의 선의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결과물이나 어떤 목적지가 적합하냐에 대해서는 조금 이견이 있다. 오 시장도 고민과 함께 결단을 내리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마음씨 좋은 어른 역할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이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지방선거 앞두고 국민의힘 일부 의원, 오세훈 시장 등과 개혁신당이 합쳐서 새로운 보수 정당이 생길 가능성은?

가능성이라는 건 항상 0은 없다. 하지만 지금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왜냐면 바른미래당 때 쟁쟁한 분들이 함께했다. 안철수 유승민 그리고 현역 의원도 20~30명 있었다. 그때 보니 자신의 총선에 관심이 있지, 지방선거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또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이면 리더십이 안 선다. 대한민국의 당은 사람을 통해 상징되는 게 크다.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 하더라도 정렬이 안 되는 순간 콩가루 집안이 된다. 제가 판을 주도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대중적으로 인식할 때 어떤 대선주자 중심으로 판이 형성되느냐가 명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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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의 해산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나.

쉽지 않다. 국민의 힘을 해산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헌정질서를 중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6대 2의 분위기가 되면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1%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순간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비행기 타면 1% 확률로 죽는다고 하면 누가 타겠나? 죽을 확률이 1%면 되게 크다. 버스를 탔는데 1% 확률로 죽는다면 아무도 안 탄다.


국민의힘의 변화 가능성에는 기대를 접은 것 같다

쾌도난마의 자세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10년에 한 번 나오기도 힘들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누가 영웅이 될 것이냐인데 지금 록 페스티벌 보고 다닌다고 영웅이 되는 건 아닐 것 같다. 한동훈 전 대표가 왜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영웅으로 가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지금 국민의 힘에서는 기를 모으는 사람이 없다. 기를 모으려면 때로는 언론에서의 잊힘도 필요한데….

지금 국민의힘에는 대중성과 메시지 구사력을 갖춘 매력도 높은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진단이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대중성과 메시지 구사력을 갖춘 매력도 높은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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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중성과 메시지 구사력 갖춘 매력도 높은 사람 필요

지금처럼 정리가 잘 안 되는 상황이 상당 부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요즘 국민의힘 쪽에 있는 사람들이 저한테 '보수 어떻게 되냐' 물으면 매력도가 높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냐고 말한다. 매력도라 함은 말 그대로 필설이나 연설 같은 걸로 휘어잡아 판을 바꿀, 대중성이나 메시지 구사력 같은 것이다. 제가 정치인으로서 제일 짜증 나는 게 뭐냐면 윤석열 정부의 괴팍함 등 때문에 조용히 사색하고 고민을 할 시간이 지난 한 3년 동안 너무 없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대표로 있을 때는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는그냥 오늘은 당원과 국민을 위해 글이나 써볼까 하고 쓰다가 내 마음에 안 들면 버리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울림을 줄 수 있는 말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권에 등장한 이후로는 맨날 사람 잡아 가두는 얘기, 서로 적대시하는 얘기 이런 것만 있으니까 스스로 감정 소모가 너무 심했다. 정치인이 살기 바쁘면 언제 국민을 위해서 일할 시간이 있겠나.

제목 : 아시아경제 시사유튜브 '소종섭의 시사쇼'(http://www.youtube.com/@sisa_live)
방송 : 월~금 오후 4시-5시. 연출 : 이경도 PD.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이준석 "이 대통령,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은 기만"[소종섭의 속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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