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충돌,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항공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소 중 하나다. 각국 공항은 활주로 인근에서 조류 충돌 방지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사고는 매년 수백 건씩 일어난다. 이 가운데, 지난 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여객기가 이륙 직후 대형 조류와 충돌해 심각한 손상을 입고 긴급 회항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영국 더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이날 오후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이베리아항공 IB579편 에어버스 여객기가 이륙 직후 고도 2000m 상공에서 대형 조류와 충돌해 급히 회항했다. 사고 직후 기체는 심하게 흔들렸다. 승무원은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회항을 요청해 약 20여 분 만에 바라하스 공항으로 긴급 착륙했다.
당시 이 여객기에는 승객 182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착륙 전까지 이들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모두 무사했으며, 탑승객들은 같은 날 저녁 다음 항공편으로 파리로 출발했다. 외신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여객기는 에어버스의 신형 기종인 A321XLR로 운항을 시작한 지 불과 몇 주밖에 되지 않았다. 해당 기종의 가격은 약 17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번 충돌 여파로 기체의 전면부가 크게 손상됐다. 기상 레이더를 보호하는 레이돔(레이더의 안테나 덮개)이 심하게 파손됐고 한쪽 제트 엔진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착륙 이후 촬영된 사진에는 여객기 코 부분이 거의 반쯤 박살 난 모습과 함께 엔진 내부에 새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 충돌한 조류는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로 전해졌다. 후안 고메스 마드리드 공항 관제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공기 앞부분은 기상 레이더를 탑재해야 하므로 매우 가볍고 충격에 약한 소재로 만들어진다"며, 이번 사고 여객기의 경우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충돌 시 충격이 덜 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조류 충돌 사고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08건에서 팬데믹으로 운송량이 줄어든 2020년 76건으로 감소한 뒤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지난해 152건으로 늘었다. 이 기간 조류 충돌로 인해 항공기 7편이 회항했다. 무엇보다 국내 공항 주변의 조류 서식지가 개발되면서 갈 곳을 잃은 조류들이 공항 내 녹지대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조류 충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새와 비행기 간 충돌은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에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가 1만m 이상의 상공에서 순항할 땐 고도가 높아 새와 충돌할 일이 없지만,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인 지상 2.5㎞ 이하의 상공에서는 비교적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새가 빠른 속도로 상승 또는 하강 중인 항공기와 부딪힐 경우 엄청난 충격을 주는데, 이륙 중인 항공기가 몸무게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와 충돌했을 때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엔진의 팬 블레이드가 망가지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랜딩기어 등의 작동에도 영향을 미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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