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자산 형성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한 '청년도약계좌'의 중도 해지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고용 불안과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팍팍한 경제 현실이 중장기 적금 유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정부 2024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율은 도입 첫해인 2023년 8.2%에서 지난해 14.7%를 거쳐 지난 4월 기준 15.3%까지 계속해서 상승했다. 해당 기간 누적 가입자 196만6000명 중 30만1000명이 만기 시 추가로 주어지는 혜택을 포기하고 중도 해지를 택했다는 뜻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청년금융 실태조사'에서 청년도약계좌 해지 사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9.0%가 '실업 또는 소득 감소'를 이유로 꼽았다. 당장 쓸 돈이 급해지니 장기 적금을 유지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물가 상승도 해지율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9.9%는 '생활비 상승'을 가장 큰 재정 압박 요인으로 들었다. 고물가·고금리·고정비의 삼중고 속에서 청년들에게 '5년 만기 적금'은 오히려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정부가 2023년 7월부터 시행한 정책이다. 개인소득 연 75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250% 이하인 청년이 월 최대 7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기여금을 매칭해주는 구조다. 5년 만기를 채우면 이자·비과세 혜택 포함 최대 연 9.54% 수준의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초반부터 흥행은 쉽지 않았다. 까다로운 소득 요건과 '5년 묶이는 돈'이라는 심리적 장벽이 컸다. 6개월 만에 가입자 수는 51만명으로 예상(306만명)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정작 정부는 이를 위해 3440억원의 예산을 잡아뒀지만, 3008억원이 사용되지 못한 채 이월됐다. 지난해도 3590억원 중 2843억원만 집행돼 2023~2024년 누적 유보금만 3194억8000만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안으로 청년도약계좌를 종료하고 후속 사업으로 '청년미래적금'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다 해도 청년층의 실질적인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설계 이전에 청년들의 '소득 안정성'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예산만 남는 '숫자 놀음'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자의 납입 실적에 따라 기여금이 집행되는 구조인 만큼 향후 집행 가능한 재원 범위 내에서 기여금을 교부할 수 있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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