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제한에도 10만 관객 돌파한 샤갈展..."多채로운 色매력 통했다"

예술의전당 '마르크 샤갈 특별전:비욘드 타임'
개막 50여일만에 10만 관객 돌파
원화 7점 세계 최초 공개
"샤갈의 새로운, 다채로운 모습 조명 노력"
전시는 9월21일까지

1887년7월7일 러시아 제국(현재의 벨라루스) 비텝스크에서 가난한 유대인 가정의 막내로 태어난 마르크 샤갈은 훗날 20세기 색채의 마술사로 성장한다.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독일 나치의 유대인 탄압 등은 그의 인생에 선명한 상흔을 남겼지만, 샤갈은 이를 예술로 승화해 작품에 담아냈다.


지난 5월23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 전시장 전경. 예술의전당

지난 5월23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 전시장 전경.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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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다. "모든 질문과 대답은 그림 안에 있습니다. 누구든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고, 해석하게 됩니다. 그림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말들, 침묵들, 의심들이 숨겨져 있기도 하지요"란 샤갈의 말은 그의 작품이 형언(形言)하기 어려운, 여러 함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샤갈은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평가를 부정했다. "내 그림에는 동화도, 우화도, 민속 전설도 없습니다. 우리 내면의 모든 것이 현실이며, 어쩌면 겉으로 드러나는 세상보다 더 현실적입니다." 미술사학자 엘레나 폰티지아 역시 "그(샤갈)가 그리는 것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그것이 진실임을 느낍니다"라며 샤갈의 예술 세계가 현실과 맞닿아있다고 강조했다.


샤갈은 예술 방식을 제한하지 않았다. 회화는 물론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예술 기법을 선보였고, 그것들의 가치를 동일하게 여겼다. "내 삶에서 판화와 석판화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무언가 본질적인 것이 빠졌을 것입니다. 석판용 돌이나 동판을 손에 쥘 때마다, 나는 그 안에 나의 슬픔과 기쁨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부적을 쥔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7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예술의전당 '마르크 샤갈 특별전 : 비욘드 타임'은 이런 샤갈의 시간 초월적 예술성과 다양성을 조명한다. 백여년 전 작품의 감동은 현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미공개 원화 7점을 포함해 회화와 드로잉,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170여점의 작품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일평균 2000명씩 방문해 개막 50여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본 기자가 방문한 지난 30일엔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그중엔 유치원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지금 이 시점, 우리 사회에 샤갈 전시는 어떤 의미를 덧칠하고 있을까.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장윤진 큐레이터(42)에게 질문을 건넸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 전시를 기획한 예술의전당 장윤진 큐레이터. 예술의전당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 전시를 기획한 예술의전당 장윤진 큐레이터.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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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객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그간 국내서 다수 선보였던 샤갈전과 구별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어떻게 하면 샤갈의 작품 영역을 광범위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고심한 전시였는데, 다행히 관객들의 호응이 있었던 것 같다. 대표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샤갈이 선보인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모두 선보이는 도전적인 전시로 기획했다. 사진 촬영이 제한돼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영역이 한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 전 연령층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평균 2000명가량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애초 기획 의도가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보나.

▲'비욘드 타임'이란 전시 제목처럼 샤갈의 예술 세계를 선형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모든 중첩과 시간을 넘어서 샤갈만의 시간 개념이 따로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샤갈의 심상에 집중하길 바랐다. 이전 국내 전시들에 비해 다채롭게 샤갈의 예술 세계를 드러낸 점이 호평받는 것 같다. 입소문이나 온라인 후기를 봐도 호평이 많다.(웃음)


-기존 샤갈 전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이번 전시에선 샤갈의 회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등을 모두 다룰 뿐 아니라 미공개작 7점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거울 뒤에서'(Behind the Mirror) 시리즈로 이미 잘 알려진 샤갈의 판화 시리즈의 회화 버전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해당 작품들을 나란히 전시해, 매체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샤갈의 작품 변화 과정을 한눈에 살피는 감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미공개 원화를 통해 샤갈 예술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전시의 큰 매력이다.

샤갈이 작업한 파리 오페라 극장의 천장화를 미디어 작품으로 구현해 선보였다. 그림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서믿음 기자

샤갈이 작업한 파리 오페라 극장의 천장화를 미디어 작품으로 구현해 선보였다. 그림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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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뿐 아니라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전시 영역도 다채롭다.

▲단순히 회화 작가로만 규정되지 않도록 그의 광범위한 작품 영역을 더욱 깊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샤갈이 작업한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 천장화, 하다사 의료센터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미디어 공간을 조성하여 전시 감상 범위의 다양성 넓혔다. 한가람미술관 1층 전시실의 높은 공간 구조를 적극 활용해서, 색채와 빛의 향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이고 몰입감 있는 전시로 구성했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얻어갔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을까.

▲샤갈에 대한 대중 이미지는 회화 중심으로 단편적일 수 있다. 하지만 샤갈은 러시아 혁명과 1·2차 세계대전, 미국으로의 망명과 유대인으로서의 차별 등 오랜 세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굴곡진 삶만큼이나 예술 세계도 다층적이다. 회화뿐 아니라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런 점에 기반해 '사람에 대한 이해'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전하고 싶었다. 관람객들이 '예술 그리고 예술가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돌아갔으면 한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7점의 작품을 어떻게 잘 드러내면서, 또 잘 숨길까(?)를 고민했다. 샤갈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분들은 '아! 이거 최초 공개래' '이거 얼마짜리래' 등의 외적 접근으로 작품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쉽게 잃을 수 있다. 전시를 화려하게 강조하고 싶은 마음과 반대로 전시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하는 마음의 간극을 조절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웃음)

'거울 뒤에서: 생 제르맹 데 프레'(1954) 판화의 초기 스케치 작품인 '생 제르맹 데 프레'(1952~1953, 사진 왼쪽) 작품이 나란히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 공개하는 작품의 캡션은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서믿음 기자

'거울 뒤에서: 생 제르맹 데 프레'(1954) 판화의 초기 스케치 작품인 '생 제르맹 데 프레'(1952~1953, 사진 왼쪽) 작품이 나란히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 공개하는 작품의 캡션은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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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나.

▲이번 전시는 해외 측 큐레이터 폴 슈나이터, 설계자 가엘 르네와 함께 작업했는데 전시장 디자인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동선과 가벽 등의 디자인 요구가 국내 소방법에 접촉되는 등 논의에 논의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소장처 측의 주도적인 공간 설계로, 샤갈의 작품들을 보다 심층적으로 몰입해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샤갈 예술 세계를 돋보이게 하는 공간의 미(美)도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꼽는다면.

▲1954년 발간한 '거울 뒤에서' 판화 시리즈와 같이 전시된 회화작품들에 대한 감상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거울 뒤에서' 시리즈는 샤갈이 가지고 있는 파리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파리는 샤갈이 예술적 깨달음을 발견한 '예술의 출발점' 같은 존재였다. 제정 러시아를 탈출해 파리에 머문 샤갈은 훗날 자신을 받아준 도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 천장화를 그려내기도 했었다. 1953년부터 1956년까지 이어진 이 작업은 센강의 강변, 일요일의 풍경, 에펠탑, 센강 위의 다리들, 바스티유, 그리고 루브르의 카루젤까지, 파리의 여러 장면을 고유한 감정과 색채로 풀어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회화 작품들과 일부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다.

마르크 샤갈의 '꽃병'(1925). 서믿음 기자

마르크 샤갈의 '꽃병'(1925).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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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 샤갈에게 꽃은 특별한 의미였던 것 같다.

▲샤갈은 단순 정물화를 넘어 꽃에 자신과 자신의 사랑을 투영했다. 꽃병에 꽂힌 화려한 꽃들은 언뜻 화려하게 보이지만, 늘 옮겨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뿌리 내리지 못하고 정처 없이 이주해야 했던 샤갈 인생 여정과도 맥이 닿아있다. 노년에 비로소 프랑스 생폴드방스에서 안정을 찾았지만 결국 태어났던 고향에는 돌아가지 못한 작가의 모습을 비추는 듯하다. 160cm 규모의 대형 회화부터 1925년도 초기 꽃 회화까지 다양한 꽃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의미와 재미를 바로 느낄 수 있는 관람법이 있을까.

▲샤갈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도제식 그림 교육도 받지 못했다. 데생의 실력 등 기교적인 관점으로 볼 때 빼어난 작품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세를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심상을 고집스럽게 그려낸 점, 아름다운 대상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해 그린 점 등은 샤갈이 지닌 고유한 예술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샤갈이 어떤 심상(心像)을 가지고 작품을 그려냈는지를 생각하며 관람하면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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