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탈수를 넘어 흡연·과음에 맞먹는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연구진은 32도 이상 고온이 연중 절반 이상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같은 더위가 1년에 10일 미만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생물학적 노화가 최대 14개월 더 빨리 진행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전역의 고령층 약 3600명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나이와 거주지의 폭염 빈도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68세였다. 생물학적 나이는 연대적 나이와 달리 세포나 조직 수준에서 신체 기능의 상태를 반영하며 질병 및 사망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결과는 연령·소득·건강 습관 등의 변수들을 보정한 뒤에도 유의미했다. 이 내용이 담긴 논문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인체가 고온에 노출되면 심장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액을 피부로 보내려고 더 빨리 뛴다. 신경계는 과도한 자극을 받아 현기증, 혼란, 기억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신장은 수분을 보존하려다 탈수 등 손상 위험이 커진다. 면역계 역시 염증 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해 감염과 유사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들은 단기적으로는 고온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지만, 오랜 기간 폭염에 노출될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해 열을 식히고 햇볕이 강한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에는 가급적 외출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외출을 해야 할 때는 그늘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수분을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공원이나 녹지를 조성해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버스 정류장에 그늘막과 물 분사 장치를 설치하는 등 조처를 통해 체감온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은영 USC 노인학 박사는 "장기간 폭염 노출에 따른 영향은 흡연·음주와 비슷한 수준의 신체 부담을 준다"며 "폭염을 단순한 기후 현상이 아닌 만성질환 주요 위험 인자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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