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독재 견제·인적 쇄신·…국힘 새 리더 후보 5인의 '말말말'

국민의힘이 3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당 대표 후보자들이 입을 모아 이재명 대통령의 일당 독재를 막고 위기의 빠진 당을 쇄신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반탄(윤석열 탄핵 반대)파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당내 결속을, 찬탄(탄핵 찬성)파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극우 세력과의 절연에 방점을 찍었다. 주진우 후보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보수의 새 얼굴로서 자신이 지닌 경쟁력을 어필했다.


이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다시 국민이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된 이번 전당대회 비전대회에는 8·22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 의원(가나다순) 등 당 대표 후보 5명이 연사로 나섰다. 이날 비전대회에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다섯 명의 후보를 향해 "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비전 경쟁을 보여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주진우(왼쪽부터)·김문수·안철수·조경태·장동혁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주진우(왼쪽부터)·김문수·안철수·조경태·장동혁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날 처음으로 연단에 오른 주진우 후보는 자신을 '반탄(탄핵 반대파)'과 '찬탄(탄핵 찬성파)' 모두와 거리를 두는 인물로 규정했다. 주 후보는 "보수의 명예를 회복하려면 새 얼굴이 필요하다"며 "주요 당직을 모두 초·재선에게 맡기고, 젊고 유능한 보좌진과 당직자를 중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일 안 하는 국회의원은 반드시 퇴출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어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일당독재를 획책하고 국민의힘을 해산시키려 내란 몰이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사분오열 나눠서는 이길 수 없다. 화합과 단결의 리더십으로 당심을 하나로 결집하는 당대표가 되겠다"며 "중요한 당론 결정에는 전(全) 당원 투표를 실시하고 토론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다가오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김 후보는 "공천 심사위원장 겸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당을 위기에서 구한 경험이 있다"며 "당선되면 즉시 당 대표가 주도하는 지방선거 기획단을 운영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공천을 실행해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안철수 후보는 당이 처한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비판에서 출발했다. 안 후보는 "현재 국민의힘의 비전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백지상태"라며 "즉시 수술이 필요한 말기 환자임에도 오히려 자연 치유를 믿는 만용을 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당 지지율 17%, 즉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서울·경기·인천·충청·호남·강원·제주 그리고 영남에서조차 국민의 힘을 불신하는 분이 더 많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매일매일 이재명 대통령 배 천하제일 아부 떨기 대회를 하고 있고, 이재명 정부의 딥스테이트인 성남파들이 잇따라 저질인사와 괴이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국민 절반 이상이 우리보다 민주당을 더 믿는다"고 한탄했다.


안 후보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극단 세력과의 절연을 지목했다. 안 후보는 "계엄을 옹호하는 강사에게 당장 당을 떠나라고 일갈은 못 할 망정 머리를 조아리고 서로 방송 나가겠다고 번호표를 뽑는 사람들, 대선 과정에서 당을 통째로 말아 먹다 못해 당원의 불신임을 받아놓고도 반성과 성찰은커녕 일말의 혁신조차도 거부하는 사람들,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숭상하는 극단 세력을 당심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재건을 위한 정치적 자원 발굴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안 후보는 "청년당 실질적으로 창당해서 자체 전당대회와 청년당 대표 등 당직 운영할 수 있는 자율적 기회를 드리겠다"며 "당 대표 선출의 민심을 강화하고 지방단체장은 선진국처럼 당원 100%로 선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조경태 후보 역시 과오 청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는 우리가 가진 마지막 기회이고, 잘못된 과거와의 완전한 절연을 통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며 5가지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조 후보는 "당원 주권 시대를 열어 당을 위해 헌신하신 당원 동지 여러분들이 주요 직책이나 주요 정책 그리고 공천 심사에서 배제 받지 않고 우대받을 수 있는 가점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앙부처 지방 이전 ▲당 대표 직속 청년 자치 정책위원회를 신설 ▲사법시험 부활 ▲국민 100% 인적 쇄신위원회 신설 등을 공약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장동혁 후보는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 "당론을 따르고 열심히 싸운 사람들이 혁신의 대상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 후보는 "공수처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재판 절차가 불공정하다고 외친 것이 극우가 될 수 없다"며 "싸울 때 피해 있던 사람들이 전투에서 피범벅이 된 동지를 향해 손가락질할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이른바 '찬탄파' 후보들이 인적 쇄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에 대해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22일 전당대회를 갖고 대표를 선출한다. 예비경선에 진출한 당 대표 후보자는 김문수(이하 가나다순) 전 고용노동부 장관·안철수 의원·장동혁 의원·조경태 의원·주진우 의원이다. 최고위원 후보는 김근식·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신동욱·양향자·장영하·최수진·함운경·홍석준 후보 등 11명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5∼6일 책임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각각 50%씩 반영되는 예비경선을 통해 대표 후보는 4명, 최고위원 후보는 8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