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미국 바이오기업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차세대 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결합한 융합기술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구광모 대표의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LG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 개발사 '스트랜드 테라퓨틱스'의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스트랜드는 2017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체내 세포를 프로그래밍해 특정 항원을 원하는 시점에 생산하게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암과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번 투자에는 LG의 벤처캐피털 계열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참여했다. 이로써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바이오 분야 누적 투자금은 5000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까지 3500만달러 수준이던 투자액은 올해 들어 1500만달러가 추가된 것으로 파악된다.
LG는 AI·바이오·클린테크(ABC)로 대표되는 미래 사업군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관련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미국 희귀 비만 치료제 개발사 '아드박 테라퓨틱스'에 올해 두 번째 투자를 단행했고,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기업 '에티온', 디지털 청진기 기반 조기진단 기술을 보유한 '에코 헬스', 세포 치료제 개발사 '아셀렉스' 등에도 투자했다.
AI 기술 접목도 병행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최근 1분 만에 암 진단이 가능한 AI 모델 '엑사원 패스 2.0'을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유전자 변이, 발현 양상, 조직 미세구조 등을 분석해 암 진단 속도를 기존보다 대폭 앞당겼다는 평가다.
또한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 황태현 교수팀과는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며, 세계적 유전체 연구기관 잭슨랩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서울대 백민경 교수팀과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도 공동 연구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돼 지금까지 AI, 바이오, 배터리, 모빌리티, 신소재 등 약 90개 기업과 펀드에 4억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구광모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AI와 바이오 기술로 고객의 삶을 바꾸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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