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쓸어담은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美서 배우 교체 논란

필리핀계 배우 하차…백인 배우로

미국 토니상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한 인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 배우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제작팀은 현재 주인공인 로봇 '올리버' 역할을 맡은 필리핀계 배우 대런 크리스가 다음 달 하차하고 대신 백인 배우 앤드루 바스 펠드먼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펠드먼은 다음 달 2일부터 9주 동안 이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이러한 결정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번 결정에 대한 불만과 항의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작사의 결정에 '인종'과 관련한 고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공연자 행동 연합(AAPAC)은 성명에서 '어쩌면 해피엔딩' 측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다른 (좋지 않은) 선례가 만들어졌다"면서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너무나 자주 배제되는 배우 집단에 주어진 기회조차 축소한 선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캐스팅이) 이야기의 '보편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면, 우리와 닮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와 닮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계 중견 연극배우 BD 웡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일부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캐스팅 소식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캐스팅 결정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안다"면서도 "이 '전환점'은 안타깝게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선사했던 인정과 축하를 무산시키는 꼴이 된다. 이 상황을 목격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적었다.

이 뮤지컬은 배우 8명 중 7명은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주민 출신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다. 앞서 제작팀은 "일부러 의도한 캐스팅은 아니었지만, 모든 역할을 아시아계 배우가 진정성 있게 연기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사랑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2016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지난 6월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번에 캐스팅에서 배제된 크리스는 당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뮤지컬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