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오는 11월 22~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남아공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지 않더라도 행사는 성공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면서도 "그럼에도 G20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궤니아 대변인은 "합의된 정상회의 선언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G20 주제 중 일부에 대해 사전에 반대 입장을 밝혀 선언문에서 미국이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수용했다"며 "대부분의 국가 정상과 정부 수반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이 정상회의는 성공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G20 정상회의 참석 계획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아마 다른 사람을 보낼 것"이라며 "남아공과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그들은 매우 나쁜 정책을 가지고 있고, 많은 사람이 살해되고 있다"며 "그래서 아마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참석하고 싶지만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토지 몰수와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핵심 논의 주제인데 남아공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어떻게 참석할 수 있겠느냐"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미국과 남아공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역사적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남아공의 토지수용법은 백인 차별 정책", "남아공 백인 농부가 박해와 살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후 남아공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지난 3월 주미 남아공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추방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갈등 봉합을 위해 미국 백악관을 찾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면전에서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영상을 틀고 공개 망신을 줬는데, 알고 보니 해당 영상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도시 고마에서 촬영된 것으로, 남아공과 무관한 영상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은 올해 G20 주제인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을 '반미주의'라고 비판하며 G20 행사 참여를 축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자국 이익 중심, 다자체제 경시 성향이 G20 외면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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