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TZUSOO·秋水·33) 작가의 위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올해 처음 선보이는 'MMCA x LG OLED 시리즈 2025' 차원에서 마련됐다. 매년 1명의 예술인을 선정해 전시를 지원하는 MMCA와 LG전자의 중장기 프로젝트의 첫 주자로 나서게 된 것. 이번 전시는 LG OLED TV 44대로 구성한 초대형 화면 2개와 실물 작품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번 전시는 생명과 욕망, 끊임없는 순환이라는 본질적인 주제를 다룬 대형 설치 작품으로 구성됐다. MMCA 전시공간 '아트박스'에 설치된 '아가몬 인큐베이터 5'는 지름 4.5m의 원형 철제 구조물에 해조류 유래 성분인 우뭇가사리와 이끼를 활용해 아가몬 생명체를 돌보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물이 흐르는 철판과 3m 높이의 파이프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은 마치 자궁 속 양수와 탯줄을 연상케 한다. 작가는 "출산이 아닌 방식으로 생명을 상상한 작업이다. 출산 의무가 없어진 상태에서 과포화된 성적 에너지가 현실 세계로 넘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가몬이란 이름은 '아기'의 상징적 의미로 우뭇가사리의 독일어인 '아가(argar)' 발음에서 차용했다. 아기를 무척 좋아하는 작가는 출산을 무척 고대하지만, 현재 임신과 출산을 유보한 상태다. 작가는 "디지털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몸이 굉장히 많이 망가졌다. 제대로 앉아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라며 "그렇게 30살이 넘어가면서 뭔가 손으로 만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가몬은 그런 욕망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엄마가 된다는 게 엄청난 희생이 들어가는 일인데, 비가시화됐다"며 "모든 사람이 그런 과정을 통해 태어났지만, 터부(taboo)시되는 게 싫었다. 개인적으로 전시관에 야하고 섹시한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인큐베이션 작품 주변으론 서로 마주 보는 초대형 스크린 작품인 '살의 여덞 정령'이 설치됐다. 우뭇가사리로 가시화된 아가몬의 디지털 버전으로, 동양의 팔괘(八卦) 상징체계를 반영해 아가몬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한 작품이다. 저자는 "개인적 성적 욕망과 페티쉬를 담고 있다"고 했다.
55인치 LG OLED 스크린 88대로 이뤄진 초대형 화면 속에서 '태(兌)'와 '간(艮)'의 정령이 헤엄치듯 활보한다. 작가는 "직접 손으로 드로잉하고 3D 프로그램으로 살을 붙였다. 캔버스에 그림 그리듯 한땀 한땀 만들었다"고 말했다. '태'는 피어싱을 한 상처 난 모습으로 쉽게 부서지는 연약함을 상징하며, '간'이 지닌 3개의 머리는 '퀴어' '여성성' '정상성'을 표현한다. 정상성 외에는 모두 온전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번 작품은 작가의 세계관 중 일부를 가시화한 것으로, 이후 작품은 더 크게 확장될 예정이다. "제가 가진 세계관이 굉장히 크다. 지금은 두 정령만 나오지만 앞으로 여섯 정령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등장할 예정이다."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이란 전시명은 미완결된 상태의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가 선보이는 MMCA x LG OLED 시리즈의 첫 전시다. 매년 1명의 작가를 선정해 작품 세계를 국립현대미술관 내 '아트박스'에 펼칠 예정이다. LG전자의 제품과 기술력 사용과 무관하게 동시대 시각예술 확장 가능성을 평가해 매년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혜원 LG전자 상무는 "작가의 새로운 시각적 실험을 LG OLED의 첨단 기술로 몰입감 있게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본 시리즈를 통해 현대미술의 감각적 경험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프로젝트의 첫 선정작가 추수의 다채로운 실험정신은 MMCA x LG OLED 시리즈가 지향하는 미래지향적 창의성을 여실히 보여주며,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이 전시가 동시대 미술의 확장과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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