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자인 김태흥씨(40)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던 중 당국에 억류된 가운데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석방을 호소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씨의 모친 샤론 리씨는 31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구금과 관련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지금 며칠 동안 밥이 안 넘어간다. 진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구금된 사실을 작은아들(김씨의 동생)에게서 연락을 받고서야 알게 됐다. 그러면서 "그쪽(당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씨는 다섯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지금까지 35년 넘게 미국에 거주했으며 영주권을 취득했다. 억류 이전까지 그는 텍사스의 명문 주립대로 꼽히는 A&M대학 박사과정에서 라임병 백신 연구했다.
김씨 측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초순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갔다가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1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던 중 억류됐다.
그의 변호사인 칼 크루스는 "김씨가 왜 억류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항은 구금시설도, 이민 법정도 아니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은 심문자이지 중립적인 판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우리 태흥이가 학교를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빨리 나와서 지금 하던 공부를 다 마치고, 또 사회에 나와서 어려운 사람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아들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주일 넘게 구금돼 있다가 최근 애리조나주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변호인 측은 김씨가 이 시설에 도착한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억류됐을 당시 정식 수용시설이 아닌 곳에 머무르며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창문 없는 좁은 공간에서 조사를 받았고, 낮에는 햇빛조차 보지 못했으며 밤에는 침대 없이 의자에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미 당국은 김씨를 구금한 이유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씨가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는 만큼 이 점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민·출입관리 당국인 CBP 대변인이 성명에서 "영주권자가 신분에 어긋나게 마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출두 통지가 발령되고, CBP는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구금 공간을 조정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기소 시점이 영주권 취득 이전이었는지, 이후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변호인은 향후 이민법원 재판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련한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NAKASEC)는 그동안 김씨의 석방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지역구로 둔 낸시 펠로시(민주) 연방 하원의원과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마이클 매콜(공화) 연방 하원의원, 한국계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과 앤디 김(민주·뉴저지) 연방 상원의원 등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김씨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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