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냉장고에 넣은 이유…"딸 같은 아이, 폭염에 지병 악화할까봐"

경찰 측, 동물학대 혐의로 조사나서
전문가 "고의없어 보이지만 주의해야"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살아 있는 강아지를 작동 중인 냉장고 안에 넣어둬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견주가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였는데 지병이 악화할까 그랬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0일 한 동물권 단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부산의 한 피자 가게 냉장고 안에 앉아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은 해당 식당을 찾은 한 시민이 촬영해 온라인에 올려 확산했다.

부산의 한 식당에서 영업용 냉장고에 반려견을 넣어둔 모습이 공개돼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의 한 식당에서 영업용 냉장고에 반려견을 넣어둔 모습이 공개돼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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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부경찰서에도 지난달 29일 오후 8시 10분께 동물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한 피자가게 냉장고 맨 아래 칸에 반려견이 들어가 있어 견주의 학대가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해보니 냉장고 온도가 아주 낮은 수준은 아니었다"라면서도 "견주를 상대로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피자가게 업주이자 견주인 60대 여성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급성 심장병을 앓는 '쿠키'(반려견의 이름)의 건강 악화가 우려돼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우리 쿠키는 최근 일주일간 급성 심장병으로 동물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겨우 퇴원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쿠키에게는 더위가 치명적이라고 했는데 매장의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냉장고 아래 칸에 방석을 깔고 잠시 머물게 했다가 밖으로 나왔다가를 반복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람이 먹는 소스류를 보관하는 냉장고에 쿠키를 둔 것은 제 불찰이었다"며 "폭염 속에 딸과 같은 우리 쿠키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고객분들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동물 학대 혐의를 적용하려면 '견주의 위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까지의 해명을 보면 동물 학대 고의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반려견을 냉장고에 두는 것에 대해서는 견주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급성 심장병을 앓는 노견은 최근 잇따르는 폭염에 상당히 취약하다며 각별한 관리를 당부했다. 다만 에어컨이 고장 났다면 냉장고보다는 쿨패드 등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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