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반대했으면서 관세 15% 협상은 자화자찬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홍 전 시장은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온 나라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홍 전 시장은 "내가 여당 대표 시절이던 2011년 10월, 한미 FTA를 추진할 때는 광우병 괴담을 만들어 온 국민을 선동해서 반대하면서 나를 매국노라고 했다"며 "그때 관세 제로(0) 정책인 한미 FTA는 반대했으면서 지금 관세 15% 협상은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월령 30개월 넘는 소고기는 먹지 않냐? 미국산 소고기 먹느니 청산가리 먹겠다던 개념 연예인은 어디 갔냐?"라고 물은 뒤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란다"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논란이 있었을 때도 "광우병 괴담으로 나라를 온통 혼란으로 몰아넣고 책임지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 '미국산 소고기 먹느니 청산가리 먹겠다'던 그 개념 연예인은 개명하고 아직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고 따졌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연예인은 배우 김규리 씨로 추정된다.
이날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15%로 합의하는 동시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추기로 했다. 추후 발표될 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별 관세에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으며, 핵심 쟁점이었던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협상단은 우리나라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민감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광우병 집회 사진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6월 촛불집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정부 협상단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농축산물 개방과 관련한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의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는 굉장히 거셌다"며 "2주 전부터 한국에서 농산물 개방 이슈가 본격적으로 기사화됐는데, 미국도 한국에서 실제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서 아마도 한국의 민감성을 현실로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됐고 그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한미 FTA 체결 당시 광우병 집회 사진도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번 광우병 사태 때 (시위 인원이) 100만명 이상 된 사진이 있지 않나. 그 사진을 (여 본부장이) 준비해 미국에 보여줬다"며 "그런 게 우리 한국 상황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상으로 우리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일본과 유럽연합(EU)과 동일 차원에서 관세율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이라면서도 "협상 시한에 쫓겨 많은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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