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31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8월1일이 하루 앞두고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전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의 깜짝 실적으로 시장은 장 초반 오름세를 보였지만, 관세 발효 시점이 다가오면서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0.3포인트(0.74%) 떨어진 4만4130.98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3.51포인트(0.37%) 내린 6339.3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23포인트(0.03%) 하락한 2만1122.45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다음 날 발효될 상호관세 조치를 앞두고 경계감을 높였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월1일부터 새로운 상호관세를 발효하기 위해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31일) 오후나 저녁쯤 서명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관세는 8월1일부터 발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상호관세 발효를 두 차례 유예했지만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8월1일 0시1분부터는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해 관세 유예 기간 중 미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한 국가들은 합의된 관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미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하지 못한 국가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관세를 부과받는다. 인도의 경우 25% 관세 부과가 예고됐다.
물가 지표 상승과 9월 금리 인하 기대 약화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4%)와 5월 수치(2.5%)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도 전년 대비 2.8% 상승해 역시 예상치(2.7%)를 상회했다. 관세 인상 정책이 일부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물가 오름세를 가속화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이 지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한 지 하루 만에 발표됐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부 상품 가격에 관세의 영향이 더욱 뚜렷하게 반영되기 시작했다"면서 "경제 활동과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월 금리 경로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고 시장은 이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현재 61%다. 일주일 전 39.2%에서 상승해 전날 52.4%를 기록한 데 이어, PCE 물가가 발표된 이날 다시 높아졌다.
벨웨더 웰스의 클라크 벨린 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고착화돼 Fed의 금리 동결 결정은 타당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주식 시장 상승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올해 들어 금리 인하 없이도 (시장은) 지금까지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고용 지표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20~2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21만7000건)보다 1000건 늘어나며 7주 만에 첫 증가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시장 예상치인 22만2000건보다는 4000건 적었다.
미 국채 금리는 보합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수준인 4.38%,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2bp(1bp=0.01%포인트) 오른 3.96%를 기록 중이다.
종목별로는 전날 시장 예상을 웃돈 실적을 내놓은 MS가 3.95% 상승했다. 장중 한때 시가총액이 4조달러를 넘어서며 이달 초 4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엔비디아에 이어 새로운 역사를 썼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해 종가 기준으로는 시총 4조달러 돌파에 실패했다. 메타도 전날 깜짝 실적에 힘입어 11.25%나 치솟았다. 이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애플과 아마존은 정규장에서 각각 0.71% 하락, 1.7% 상승을 기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