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채권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채무자는 변제의무가 없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이런 채권을 대부업체에 매각하고, 대부업체는 '직권명령' 제도를 활용해 소멸시효를 부활시켜 추심에 나서는 관행이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이 직접 관련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개인채무자보호법' 개정안을 올해 하반기 중 마련한다. 이는 지난달 29일 열린 연체 채권 관리실태 점검을 위한 현장 간담회의 후속 조치다.
금융위가 법 개정에 나선 이유는 대출 과정과 달리 연체 단계에서 채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소멸시효' 제도를 꼽는다. 현행법상 대출채권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성립돼 돈을 갚을 의무가 사라진다.
개인이 은행이나 여전사에서 돈을 빌린 뒤 못 갚으면 해당 금융회사는 연체 채권을 일부 할인해 부실채권(NPL) 자회사나 대부업체에 매각한다. 이때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매각할 수 있다.
대부업체가 매입한 연체 채권 가격은 대출원금의 약 5% 이내다. 연체자로부터 돈을 일부라도 받으면 이익이 나는 구조다. 이에 대부업체는 법원에 채무자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는데, 채무자가 항변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10년 연장된다. 이렇게 채무자는 빚의 덫에 빠지게 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약 92만명. 작년보다 7만명이 증가했다. 채무조정 제도를 활용하면 장기 연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개인 채무자가 법적 지식 등에 있어 열위에 있다 보니 장기 연체자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는 오래전부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매각을 금지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 개정안을 검토했지만, 매번 벽에 막혔다.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법원행정처가 반대 의견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난달 24일 쓰인 대법원 판례 덕분이다. 채무자가 채권 소멸시효가 지난 뒤 빚을 일부 갚았다 해도 민법상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획일적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으나 58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행정지도로 불합리한 관행을 수정할 수 있지만, 대부업계는 법적 근거가 없으면 따르지 않는다"며 "채권을 부활시키는 지급명령 제도 자체를 금지할 수 없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채권을 매각할 수 없도록 법 개정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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