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시위 사진 美에 보여주며 협상"…소고기 압박에 韓 민감성·특이성 강조

협상초기 부터 美 농축산물 추가 개방 압박
韓 "소고기·쌀은 '레드라인" 원칙 고수
통상본부장 "과거 韓 광우병 촛불시위·최근 축산업계 반발 등이 협상에 영향"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8월1일부터 부과하는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 측이 요구한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없었다.


31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미 관세협상 결과' 브리핑을 통해 "오늘 발표된 한미 간 협상의 합의 사항에는 농산물 추가 개방은 없다"며 "과거 광우병 촛불시위 등 한국 농산물이 민감하다는 것을 (미국 측에) 굉장히 집요하게 설명하고 설득해 그 부분은 방어했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자료사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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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은 한미 관세협상 초기부터 한국 측에 농산물 추가개방을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쌀과 소고기는 협상 불가품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소고기와 쌀은 협상 불가 품목인 이른바 '레드라인'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보여왔다"며 "하지만 미국 측은 '일본과 중국, 대만 등도 30개월령 이상의 소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며 소고기 수입개방을 지속해서 압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의 시장이 99.7%가 개방이 된 상태라는 점과 미국산 농산물이 이미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현재 한국 소고기 수입시장에서 미국산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국가다.


이 같은 한국의 설명에도 미국 측은 소고기 추가개방을 요구했고, 이때부터 여 본부장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을 들고 다니며 미국 측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 본부장은 "어느 순간부터는 광우병 촛불시위 현장을 공중에서 찍은, 광화문에 100만명 정도가 모여 촛불시위를 하고 있는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미 상무부 장관한테 보여주며 감정에 호소해서 설득하는 노력을 했다"며 "최근엔 소고기 월령제한 폐지에 반대하는 한국 농축산업계의 강한 반발 등 소고기 추가 개방에 대한 한국의 반대 여론과 한국의 농축산물은 정치적, 산업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향후에도 미국 측의 비관세 장벽 개선에 대한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계속해서 미국 시장에서는 관세 올리고, 상대국의 관세는 인하하려는 압박과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로 연결될 수 있는 각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해서 개선 요구와 압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이번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우리가 안심하기보다는 이런(비관세장벽에 대한)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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