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만원에 산 그림 '진품'이었다…최소 200배 넘게 팔릴 듯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작품 경매에
출판사가 보유하다 분실한 것으로 추정
예상 판매 가격 약 5000만원 넘어

영국에서 150파운드(약 28만원)에 판매된 작품이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진품으로 밝혀져 화제다. 31일 연합뉴스는 영국 BBC 방송 등을 인용해 2023년 익명의 한 미술상이 영국 케임브리지 소재의 한 주택에서 한 작품을 구매했고, 추후 달리의 작품임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베키오 술타노'. 셰핀스 경매소

살바도르 달리의 '베키오 술타노'. 셰핀스 경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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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가로 29㎝, 세로 38㎝ 크기의 수채화다. 이 미술상은 해당 작품이 1990년대 소더비 경매에 오른 적이 있는 달리의 진품 '베키오 술타노'였다는 사실을 추후에 알게 됐다. 앞서 달리는 1960년대 이탈리아 부자인 주세페·마라 알바레토 부부의 의뢰로 중동의 민담집인 아라비안나이트 속 장면을 담은 연작 500점을 제작을 의뢰받았다. 다만 실제로는 100점만 완성했다. 100점 가운데 절반은 알바레토 부부가 갖고 있다가 이들의 딸이자 달리의 대녀인 크리스티나에게 상속됐으며, 나머지 절반은 출판사가 소장하던 중 파손되거나 분실됐다.


케임브리지의 경매소 셰핀스 측은 해당 작품이 출판사가 보유하다 분실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작품은 달리 전문가 니콜라 데샤르네의 인증을 거쳐 오는 10월23일 셰핀스에서 경매에 오른다. 예상 판매 가격은 3만파운드(약 5530만원)다. 경매소 측은 "현대 미술계에서 작품의 귀속 정보가 사라지는 일은 아주 드물기에 이번 작품은 달리 연구자에게는 중요한 재발견"이라며 "이는 달리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는 누구?

1904년 스페인 카탈루냐의 소도시 피게레스에서 태어난 달리는 초현실주의 대가가 된 건 부모 때문이다. 달리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형으로 상심한 부모는 달리를 죽은 형의 환생으로 여겼다. 이는 달리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안겼고 죄책감과 강박증, 편집증, 정신 분열 증상인 이중성 혹은 다중성을 갖게 했다.

초현실주의의 대가로 불린 살바도르 달리. Galeries Bartoux

초현실주의의 대가로 불린 살바도르 달리. Galeries Barto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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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달리는 온전한 자신으로 인정받길 원했다. 그는 이 열망을 온갖 기행과 일탈로 표출했다.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웃기, 개미에 뒤덮인 박쥐를 입에 넣기, 망토와 왕관을 쓰고 왕 행세하기, 염소 똥으로 만든 향수 뿌리기 등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시선을 끌어당겼다. 평생 천재적인 화가로 칭송받으면서도 동시에 기상천외한 괴짜 취급을 받은 이유다.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달리는 벨라스케즈, 라파엘로 등 고전화에 관심을 보였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충격을 받아 무의식과 꿈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무의식과 본능의 세계를 해방하고자 한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달리의 명성은 점차 높아졌다.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탄생한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산업혁명이 초래한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예술가들이 뭉쳐 개척한 사조였다. 달리는 이후 초현실주의 그룹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다. 평생 시달린 불안감과 광기를 독창적인 예술 언어로 표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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