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세]'어남선생' 류수영의 요리책 바이블

'책으로 보는 세상'
배우 류수영, 집밥 전문가로 재주목
'어남선생'으로 인기
책 '류수영의 평생 집밥' 출간
"연기 뜨겁고 요리 따듯, 주변에 사람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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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전문가 '어남선생'으로 주목받는 배우 류수영(본명 어남선)은 어린 시절부터 요리를 좋아했다. 요리의 즐거움을 처음 깨달은 건 아홉 살 무렵. 어느 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호기심에 이끌려 집에 있던 베이킹파우더, 밀가루, 물, 소금, 설탕 등 눈에 띄는 재료를 몽땅 넣고 빵을 구웠다. 아직 서툰 손으로 반죽해 전자레인지에 구운 빵을 맛본 이웃 할머니는 "아주 맛있다"며 절반이나 드시고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때 처음 느꼈어요. 요리는 참 즐겁고 기쁜 일이구나."


그의 요리는 이제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있다. '류수영 레시피' '어남선생 레시피'는 누적 조회 수 3억뷰를 넘길 만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저렴한 재료로 푸짐하고 근사한 집밥을,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예를 들어 닭볶음탕의 감자는 웍 가장자리에 둘러 넣으면 부서지지 않고, 냄비 바닥에 식용유로 물결이 생기면 예열이 충분하다는 식의 실용적인 팁을 아낌없이 전한다.

지난달 초엔 수년간 개발한 300여개의 레시피 중 79가지를 엄선해 엮은 책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를 출간했고, 초판은 출시 직후 품절돼 긴급 증쇄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요리 프로그램 '집쿡라이브' '편스토랑' '맛의 나라' '정글밥' 등에 출연하며 요리 열풍에 편승한 연예인 정도로 여겨졌다. 매력적인 외모에 요리하는 남자라는 이미지가 더해진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만난 류수영은 요리에 진심이었다. 그의 요리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독서와 연구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쌓아온 삶의 일부였다.


책을 사랑하는 그가 보유한 요리책은 300권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끼는 책은 이탈리아 요리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파이돈 프레스의 '실버스푼'과, 미국에서 4대째 출간되고 있는 '조이 오브 쿠킹'. 실버스푼은 2000가지 이탈리아 가정 요리를 총망라한 책으로 1950년 첫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조이 오브 쿠킹은 1931년 이래 미국 가정의 요리를 집대성한 대표적인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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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영은 "류수영의 평생 레시피도 언젠가 한국에서 그런 책이 됐으면 한다"고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포부를 밝혔다. 그에게 요리는 단순한 기호나 여가가 아니다. "연기는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몸을 뜨겁게 해주는 개인적인 기쁨이 있지만, 사람들을 가까이 오게 하진 않아요. 그런데 요리는 저를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사람들을 내게 모이게 해요." 배우 류수영일 때보다 어남선생일 때 사람들과 더 가깝게 교류할 수 있다는 그는 "덕분에 잘 만들어 먹었다"는 말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요리는 어쩌면 연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 바람은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지는 요리를 만드는 거예요."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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