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수급비 지급일 전 막았다"… 형사의 '시간과의 싸움'


중증 장애인 상습 갈취한 20대, 공갈·복지법 위반 혐의 구속

충남 서산경찰서 형사 2팀 김진환 형사

충남 서산경찰서 형사 2팀 김진환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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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급일이 오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했습니다."


충남 서산경찰서 형사2팀 김진환 형사는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 중증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외삼촌과 치매를 앓는 외할머니를 상대로 기초생활수급비를 수년간 갈취해온 20대 조카 A씨를 검거하기 위한 사투였다.

피해자들의 극심한 두려움 속에 진술조차 어려운 상황. 사건은 지난 1일 충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고발로 시작됐지만, 수사팀이 마주한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반복된 협박에 외부 접촉 자체를 꺼렸고, 피의자의 보복 가능성에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김 형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피해자가 더는 고통받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권익기관, 노인전문상담기관과 공조해 피해자 설득부터 나섰다. 또 피의자의 범행 패턴을 밝히기 위한 계좌 추적에 돌입했다. 수천 건에 달하는 거래 내역을 밤낮없이 직접 분석했고, 휴일도 반납했다.


그 결과, 기초생활수급비가 지급될 때마다 돈을 빼앗긴 정황을 확인했고, 피해 금액은 약 4000만 원에 달했다.

김 형사는 이를 토대로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공갈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형사는 "수급비 지급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단 하루도 지체할 수 없었다"며 "야간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뛰었던 이유는 오직 피해자 보호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과 노인의 복지를 위한 정부 제도를 악용한 범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경제범죄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상습적 갈취를 김 형사의 발 빠르고 집요한 수사로 더 큰 피해를 막은 것이다.


서산 경찰서 관계자는 "김 형사의 끈질긴 수사 의지와 빠른 판단이 아니었다면 또 한 번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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