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은행, 50억 부당대출 금감원 보고 안해…"피해 없어서"

부동산 투자 목적 가족 명의 법인에
50억 부당대출한 사건
기업은행, 금감원 보고 대상 아니라고 판단
이해충돌행위·은행 피해금 없단 이유
금감원은 선제보고 필요성 제기
"정상여신도 사고금액 포함될 수 있어"
범죄행위 감사 당시 인식했다면 처분 가능성

IBK 기업은행 이 부당대출 관련 금융사고가 일어났음에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체가 발생하지 않은 정상 여신이기 때문에 은행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금융사고 보고 조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사고 혐의를 인지했다면 선제적으로 보고를 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내부 감사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만큼, 그 당시에 단순 이해충돌 행위가 아닌 금융사고로 인식했다면 현장점검, 조사부터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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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 "내부 감사 당시 이해충돌 행위로 판단, 보고대상 아냐"

31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발생한 약 5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법령상 금융사고 보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보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행 홈페이지에 사고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에 형법상 혐의가 명확지 않고 감사 당시 친인척 명의 관련 대출 취급과 같은 단순 이해충돌 행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고는 기업은행이 지난해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했으며 형사고발 조치 이후 해당 직원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형사고발 이후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5월 초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직원을 불구속 송치했다.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기업여신 업무를 담당한 그는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작년 초부터 3개월간 가족 명의 법인으로 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기업은행은 이 사건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의한 사고보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행세칙상 금융사고는 임직원이 금융업무와 관련해 스스로 또는 타인으로부터 기망·권유·청탁 등을 받아 위법·부당행위를 해 금융사나 금융거래자에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다. 더불어 보고해야 하는 대상은 ▲사고금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관련 혐의가 있는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로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저해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우선 해당 사건 대출 금액이 50억원이지만 이는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고 정상 여신으로서 은행의 피해금이 발생하지 않아 사고금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출금도 모두 회수됐기 때문에 사고금액은 0원이 된다는 것이다. 범죄혐의가 명확지 않아 관련 여신금액이 범죄행위로 인한 은행 피해금액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위 두 번째 조건도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범죄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형사고발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실명법 위반이나 금융기관 공신력 저해 여부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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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선제보고했어야…'정상여신=보고의무 없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하지만 금감원은 사고 혐의를 지난해 내부 감사로 인지한 만큼 선제적으로 보고했어야 한다고 바라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금감원 판단이 다를 수 있으며 은행 입장에선 사고 전말이 밝혀진 게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사고는 사고 전말이 밝혀지고 나서 보고하는 게 아닌 사고 혐의를 인지하고 사고라고 판단했다면 보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여신이니 보고의무가 없다는 기업은행 설명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출금이 회수됐어도 사고 발견 시점 당시 피해 금액을 사고금액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는 만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금액'이란 금융사고에 해당한다는 가정 아래 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금융사고로 판단되면 회수 예상 금액을 차감하면 안 된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단순 이해 충돌행위일 뿐이지 금융사고는 아니라고 주장할 순 있으나 정상여신이니 보고의무가 없다고 말하는 건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사고 발견 시점의 피해 금액, 당시 사고를 제대로 인지하고도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볼 문제고, '정상여신'이라는 표현도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 인지 당시 이를 범죄행위라고 인식했는지가 향후 쟁점

향후 쟁점은 스스로 또는 타인으로부터 기망·권유·청탁이 있었는지, 형법·특경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다. 경찰이 지난 5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에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기업은행이 내부 감사 당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조건에 이 사건이 해당하는지를 인지했는지가 중요하다. 알고 있었다면 이 사건은 금융사고가 되는 것이고 보고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 내규 위반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기업은행이 금융사고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금감원의 현장점검, 조사 내지는 검사까지 이뤄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은행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고 말을 아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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