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들이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마무리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기업금융, 비이자이익 확대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하반기 가계대출 성장 둔화를 예상하며 수익성 다변화를 위한 경영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은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마무리했다. KB금융은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 ▲고객 ▲효율 ▲AI ▲포용의 4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KB금융은 향후 3년간 39개 업무 영역에 250여개의 AI 에이전트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AI를 실질적인 업무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경영전략 회의에서 "AI 대전환의 시대는 위기인 동시에, KB금융이 부가가치를 한층 더 높일 새로운 기회"라며 "인공지능 시대에도 금융전문가로서 차별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 중심 철학과 금융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도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AX(AI Transformation) 점화, 신한의 미래 리더십'을 주제로 AI 활용전략에 대해 다뤘다. 신한금융은 경영포럼에 앞서 6주간 계열사 대표 및 임원 등 237명 경영진을 대상으로 AI 관련 사전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인공지능 시대 리더십은 직접 행동으로 나설 때 의미를 가지며, 신한의 실행 DNA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고 실현하는 초개인화 금융을 선도하자"고 당부했다.
종합금융지주로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린 우리금융 역시 지난 18일 '2025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전사적인 인공지능 전환(AX) 추진을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전사적 AX 실행을 가속해 선도 금융 그룹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주자"며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미래의 핵심 인재로, 그룹차원에서 AX 인재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AI 기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AI플랫폼부'를 'AI전략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상시 전략회의를 열고 있어 별도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는 열지 않았으나, AI 플랫폼 도입 등 AI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와 AI전환 및 디지털 금융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반기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는 기업금융 및 비이자이익 강화를 강조했다.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가계대출 강화로 인해 대출 중심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KB국민은행은 이환주 행장이 취임한 올해 초부터 비이자이익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IB 및 WM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WM 부문 내에 '골든라이프부'를 신설하고, 전통적인 비이자이익 확보 방법인 펀드 판매에도 힘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펀드 판매잔액은 20조1826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가 기반 산업 및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성장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요 은행 중 글로벌 사업을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투자 기회 모색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소호대출 및 기업대출 한도를 증액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 지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또 전통적으로 하나은행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신탁업, 자산관리 등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소호사업부'를, 기업그룹 산하에 '기업시너지팀'을 신설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에 대한 성장 지원과 동시에 전통적으로 우리은행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영업에도 주도권을 가져갈 계획이다. 또 우리은행은 시중 주요 은행 중 홍콩H지수 판매액이 다른 은행 대비 크게 낮아 유일하게 고위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면 판매를 본격 재개하면서, 비대면 신탁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이자수익 강화도 함께 전략으로 가져간다는 구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금융을 늘리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 기업에서도 수요가 크지 않다"며 "자산관리, 펀드, 신탁 등 비이자부문 강화와 동시에 글로벌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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