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 있어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상법은 미국 델라웨어 주 등 주요 회사법제와 비교해 이사의 의무를 주주와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아 실무상 혼란과 해석상 공백이 존재해 왔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주주 보호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해 기업 지배구조의 책무성을 강화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상법 제382조 및 제382조의 3의 개정으로 이사의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으며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그동안 이사의 충실의무는 주로 회사만을 향한 것으로 이해돼 인수합병(M&A)이나 물적분할 등에서 소수 주주의 권익 침해가 발생해도 이사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대주주뿐 아니라 소수 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또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 선임 비율을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상향 조정했다. 감사위원 선임 시 적용되던 '3% 룰' 역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항상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제한받도록 확대됐다. 아울러 2027년 1월 1일부터는 전자주주총회 제도가 도입된다.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며 주주는 실시간으로 원격에서 총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의 전자투표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주주의 실질적인 참여권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이번 개정 상법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이사의 재량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로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제도적 변화다. 개정 상법에 따라 거래 구조의 정당성, 절차적 투명성 확보가 강조되며, 특히 소수 주주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사의 책임 범위 확대로 경영진이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의사결정에서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M&A 등 대규모 거래의 유연성과 속도가 저하될 우려도 있다. 또한 '전체 주주의 이익' 판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개정 상법은 제도적 진보임은 분명하지만 실무 적용에 있어 균형 잡힌 운용과 해석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 이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강화돼 주주 신뢰를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견고히 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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