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산책]이제는 아트다…AI·디지털·크립토 시대, 아트의 좌표

붓 대신 알고리즘, 캔버스 대신 스크린
기술과 만난 예술…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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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늘 시대를 비춘다."


이 말은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와 닿는다. 미술은 더 이상 화폭 속에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 블록체인으로 증명되는 디지털 소유권, 메타버스에서 열리는 전시까지, 예술은 기술과 손을 맞잡으며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이 변화는 예술이 우리 삶과 점점 더 밀접하게 맞닿으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이제 창작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기술은 물리적 경계를 허물었고, 크립토 기술은 예술의 가치 기준을 새롭게 쓰고 있다. 한국 미술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와 생성형 AI 기반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많은 작가들이 코딩과 알고리즘을 창작의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록펠러센터에서 열린 전시에서 리오넬 메시의 전설적인 골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아트 작품이 공개됐다.


AI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이 제작한 'Living Memory: Messi - A Goal in Life'는 메시의 경기 데이터를 시각화한 몰입형 디지털 조각이다. 이 작품은 NFT 형식으로 경매에 부쳐져 186만 달러(약 25억7000만원)에 낙찰됐고, 낙찰액 전액은 아동 교육 프로그램에 기부됐다.

AI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이 제작한 'Living Memory: Messi-A Goal in Life'는 메시의 경기 데이터를 시각화한 몰입형 디지털 조각이다. 이 작품은 NFT 형식으로 경매, 186만 달러(약 25억7000만원)에 낙찰됐고, 낙찰액 전액은 아동 교육 프로그램에 기부됐다. 사진 = Christie’s New York

AI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이 제작한 'Living Memory: Messi-A Goal in Life'는 메시의 경기 데이터를 시각화한 몰입형 디지털 조각이다. 이 작품은 NFT 형식으로 경매, 186만 달러(약 25억7000만원)에 낙찰됐고, 낙찰액 전액은 아동 교육 프로그램에 기부됐다. 사진 = Christie’s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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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디지털 아트 거래를 넘어 스포츠와 예술,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연결한 상징적 사례다. 동시에 2021년부터 NFT 기반 디지털 아트를 적극적으로 경매에 포함시켜온 크리스티의 일관된 전략을 보여주며, 디지털과 예술이 시대와 함께 진화해온 궤적을 드러낸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AI가 생성한 작품의 저작권 논란이나 원본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물에서 기존 작가들의 권리 보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이나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이 새로운 예술 생태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술이 예술의 민주화를 가져온다고 하지만, 정작 새로운 형태의 배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우려들이 기술과 예술의 만남 자체를 부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AI가 화가의 손을 대신하고, 블록체인이 소유권을 증명하며, 메타버스가 전시장이 되는 시대는 예술의 본질을 훼손하기보다 그 경계를 넓힌다. 오히려 시대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의 존재 이유가 그 확장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앞으로 예술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스며들 것이다.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는 창작,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전시, 참여와 보상이 결합된 새로운 생태계. 이 모든 것이 예술을 다시 우리 삶의 중심으로 불러내며,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여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닌 도구라는 점이다. 예술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감정과 이야기, 그리고 상상력에 있다. 디지털로 구현되든 블록체인에 기록되든, 그 안에 인간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예술이다.


예술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술이 예술을 이해하려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시대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 속에서 예술이 우리의 시대를 어떻게 비추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좌표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다.


홍지숙 아트토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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