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름철 대표 관광지인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분쟁으로 전 세계 수많은 여행객이 동남아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175명의 사상자와 26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양국은 경제의 기둥인 관광업에도 심대한 피해를 본 셈이다. 미국의 중재로 교전 나흘 만에 휴전 합의는 이뤄졌지만 접경지역의 소규모 포격전이 아직 멈추지 않아 민간인 피해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격전의 원인은 어이없게도 1904년 프랑스 지도 측량기사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당시 태국과 프랑스가 국경 획정 조약을 체결하면서 프랑스 측이 지도 측량을 맡았는데 원래 태국 소유권으로 합의한 지역을 캄보디아 영토로 지도에 표시해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태국 정부도 이걸 30년이 지난 1934년에야 발견했고, 이후 프랑스와 제대로 협상을 벌이지 못한 상황에서 캄보디아가 1953년 독립해버린 것이다.
프랑스에서 독립한 캄보디아 정부는 해당 지역들은 과거 중세시대 자신들의 전신 국가인 크메르 왕조의 영토였다고 역사적 연원을 주장해 양국 분쟁이 본격화됐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까지 캄보디아 편을 들었지만 태국 정부는 이에 불복하고 계속 국경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은 2008년, 2011년에도 크고 작은 국지전을 벌이며 주요 분쟁 지역인 프레아비히어르 사원 등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정말 어이없는 실수로 발생한 국경분쟁 같지만 동아시아에서 국경 획정 문제로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은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지역은 중국과 러시아 간 연해주 지역이다. 1860년 국경 획정 당시 연해주 지역 일부는 중국 청나라에 남겨주기로 합의했지만 청나라 관리가 제대로 관측조차 하지 않고 국경을 획정하는 바람에 중국은 동해로 나갈 수 있는 출로를 모두 잃었다.
북한도 1962년 조중변계조약으로 중국과 국경 획정 당시 크나큰 실수를 했다. 중국과 육상영토 분계에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중국과의 해양 분계선은 간단하게 획정해버린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해양 영토 분계선은 압록강 하구에서 직선으로 떨어지는 경도인 동경 124도로 정해버려 서해지역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가 버렸다. 현재 북한은 여기에 항의하며 자체적인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해양영토 획정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남해에서 이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EEZ 분쟁을 하고 있고, 서해에서도 중국 선단과 해마다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전근대시대는 물론 아직도 명확한 해양영토 경계 획정 조약을 체결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이 지속된 상태에서 갑자기 통일이 이뤄진다면 조중변계조약을 통해 체결된 중국과 북한의 해양영토 경계선은 우리나라에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통일 한국은 새로운 해양영토 획정을 요구해도 중국은 기존 북한과 체결한 조약의 승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한지역의 해양영토 분계도 동경 124도로 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릴 가능성도 있다.
이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서 승소한다 해도 결국 국경 문제는 대부분 힘의 논리로 결정 난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분쟁을 결코 남의 일로만 보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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