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어나가겠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여섯 가지 과제를 언급하며 첫 번째로 강조한 말이다. 이재명 정부는 세계 5대 문화강국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방탄소년단(BTS)의 K팝 열풍,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최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은 이미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30년 K컬처 시장 규모 300조원이라는 거창한 목표도 제시했다. 2023년 기준 154조1785억원인 시장 규모를 두 배로 늘려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주목할 점은 이재명 정부가 문화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재명 정부가 문화강국을 강조하는 이유는 문화가 성장과 안정의 동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통해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한국문화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준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예술 관련 활동이 늘면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건강 지표가 극적으로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뉴욕은 예술가 2400명에게 월 1000달러(약 139만원)를 지급하는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 시행 결과 뉴욕 시민의 예술 관련 노동시간이 19% 증가하고, 중증 불안과 우울증은 29% 감소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예술 활동이 사회 흉악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용산구는 2020년부터 해방촌과 경리단길을 잇는 지하보도에 스피커를 설치해 24시간 클래식 음악 방송을 하고 있다. 용산구는 범죄 예방 및 안전한 보행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세미나는 청년예술가 기본소득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 조사해 지난 3월 발표한 '2024 예술인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예술인이 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인 연소득은 평균 1055만원에 불과했다. 예술인 중 70.4%는 연소득이 1000만원 미만이었으며, 31%는 소득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연소득 6000만원 이상인 예술인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기본소득 도입조차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예술가 기본소득은 언감생심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문화예술이 우리 공동체에 주는 막대한 가치를 증명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일말의 도입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이는 최휘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문화에 관해 규정한 발언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화는 삶의 질을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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