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일본 전통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테마 축제가 광복절을 전후해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주권을 회복한 광복절 당일, 일본식 사무라이 쇼와 기모노 콘테스트 등의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두고 "역사의식을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이 되는 행사는 경기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스튜디오'에서 지난 26일 개막해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되는 '나츠마츠리 여름축제'다. 니지모리스튜디오는 일본 에도시대 분위기를 재현한 문화공간으로, 드라마·영화 세트장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콘텐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행사 프로그램은 일본 정통 여름 축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과 참여형 이벤트로 구성됐다. 사무라이 결투 퍼포먼스, 전통 가마 '미코시' 행렬, 기모노·코스프레 콘테스트, 엔카 라이브 공연, 불꽃놀이 및 소원등 퍼포먼스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일본 맥주 브랜드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와 료칸 숙박권 경품 행사도 예정돼 있다.
입장 요금은 평일 2만원, 주말과 공휴일은 2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문제는 축제 기간 중 유일한 공휴일이 다름 아닌 광복절이라는 점이다. 즉 해방과 독립을 기념하는 날, 평일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일본 전통축제를 즐겨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광복절은 1945년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주권을 회복한 날로 국가 정체성과 주권 회복의 의미가 집약된 법정기념일이다. 이런 날에 일본 전통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축제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역사적 감수성 결여"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온라인상에는 "일본 아니고 한국 맞느냐" "무지해도 정도가 있다" "광복절의 의미를 정말 모르는 것인가" "광복절 하루만이라도 자중했어야 했다" "나라 위해 희생은 못 해도 나라 위해 돌아가신 분들 생각은 하고 살자" "굳이 광복절에 이런 행사를 기획한 의도가 대체 뭐냐"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니지모리스튜디오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광복절을 포함한 기간 행사를 진행해 잡음이 일었다. 2022년에는 스튜디오가 위치한 동두천시 탑동동 조산마을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노인회·부녀회·청년회가 광복절 당일만 휴장 또는 유사한 대책을 요청했으나 묵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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