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향후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상법의 기본 방향성 자체는 오히려 기업 신인도 측면에 긍정적이라는 국내 증권사 진단이 나왔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30일 '채권·ESG 관점에서 본 상법 개정' 보고서를 통해 "ESG 관점에서 금번 상법개정의 취지는 지배주주와 여타이해관계자(일반주주 및 채권자 포함) 간의 이해상충의 간극을 좁히는 데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김 연구원은 "(지난 22일자로 공포된) 상법개정안이 다소 추상적이고 상징적 성격이 강했다면 향후 추진될 (2차 상법) 개정방향은 보다 실질적으로 주식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항목들이 대기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배당 분리과세와 자사주 의무소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주주환원 확대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이슈가 바로 채권자 보호와의 균형 문제"라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유출이 커지면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됨과 동시에 명목적인 부채비율의 상승 등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 역시 이처럼 상법 개정에 따라 일반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채권자의 권리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한 상태다.
다만 김 연구원은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본래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상법개정에 따른 채권자 권리 침해 가능성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일 수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상법은 기본적으로 주주와 채권자 간의 관계에서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첫째, 회사의 재산에 대해 유한책임을 지는 주주의 권리보다 채권자의 권리가 우선하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로는 "후순위인 주주는 회사의 재산을 가능한 한 많이 사외로 유출시킬 유인을 가지므로 이익배당의 결정에 관한 절차적 요건과 배당가능이익의 존재라는 실질적 요건이 요구되고 있다"며 "금번 상법개정 등으로 인한 자본구조 등의 변화가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면 채권시장 자체적으로 그러한 작용을 완화하는 견제 장치가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주친화적인 경영이 반드시 채권자 이익의 침해와 연결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적정 수준의 재무건전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주주친화적인 경영은 지속가능성 관점에서의 합리적 경영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런 점이 기업의 이미지나 신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기업의 신용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 결국은 정도의 문제이지 방향성 자체는 기업 신인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 같은 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개별기업들에만 맡겨두기에는 어쨌든 불안감과 의구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관련 법률의 세부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갈 필요는 있다"며 주주권 강화와 채권자 보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해외 주요국의 제반 장치들을 적절히 벤치마킹할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현시점에서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재무 레버리지(부채비율) 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나증권이 인포스탁이 집계한 3월말 기준 자사주 보유비율 상위 100대 기업의 부채비율 분포를 살펴본 결과, 100% 이하가 77개사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200%를 초과한 기업은 4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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