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오히려 상향된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 낙폭은 주요국 중 가장 두드러진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반면 내년 성장률은 1.8%로 기존 대비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번 IMF의 전망은 지금까지 발표한 주요 국내외 기관의 예상치와 함께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각각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8%로 전망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도 '7월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미국 관세 인상과 건설 경기 둔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 따른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높은 대외무역 의존도와 글로벌 수요 위축이 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3.0%, 내년 3.1%로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IMF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 하향, 고관세 우려에 따른 조기 선적 증가, 달러 약세 등으로 글로벌 금융 여건이 완화된 점과 주요국의 재정 확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그룹(한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등 41개국)의 평균 성장률 전망도 올해 1.5%, 내년 1.6%로 각각 0.1%포인트씩 상향했다. 미국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등 세법 개편과 금융환경 개선의 영향을 반영해 올해 1.9%, 내년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아일랜드의 의약품 대미 수출 증가 등으로 올해 성장률을 1.0%로 상향했으나, 내년은 1.2%로 종전 전망을 유지했다.
기타 선진국의 경우 완화적인 금융 환경에도 불구하고 통화 강세와 철강·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은 하락하고, 내년에는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 개발도상국(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155개국)의 성장률은 올해 4.1%, 내년 4.0%로, 기존보다 각각 0.4%포인트, 0.1%포인트 상향됐다. 중국은 예상보다 양호했던 상반기 실적과 미·중 간 관세 인하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4.8%로 상향했으며, 인도는 대외 여건 개선 등을 반영한 결과 올해와 내년 모두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2024년 5.6%에서 올해 4.2%, 내년 3.6%로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은 올해 2.5%, 내년 2.1%로, 신흥 개도국은 각각 5.4%, 4.5%로 각각 예측했다. 미국은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전가되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유럽은 유로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여전히 하방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실효 관세율 상승과 통상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주요국의 재정 악화 등이 기업 투자와 무역 흐름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의 높은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로 인해 장기금리 상승, 금융여건 악화 등이 전 세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IMF는 향후 무역 협상이 성과를 거둘 경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투자와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IMF는 정책 대응 방향으로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 산업정책의 시장 왜곡 최소화, 지역·다자간 무역협정 확대 등을 권고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