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은 가족이 자신을 따돌렸다는 망상에 빠져 1년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아들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에 있던 며느리와 손자도 살해하려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살인과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A씨(63)를 30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가족 간 갈등·불화나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스스로 외톨이라는 고립감과 가장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한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결국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이날 언론 백브리핑에서 "피해자 측은 (피의자를)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잘해줬으나 피의자는 모든 책임을 가족들에게 전가했다"며 "(수사 결과) 다른 가족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아내는 '아이 아빠니까'라며 아들은 '내 아빠니까' 하면서 예의를 지켜왔는데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다른 가족이 따돌리고 소외시킨다는 망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씨와 전 아내는 25년 전에 이혼했으나 명절이나 생일날에 빼놓지 않고 찾아가고 도리를 다했고 개인 계좌로 큰 금액을 입금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A씨도 앞서 프로파일러 조사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으나, 이 부분이 범행 동기는 아니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A씨는 1998년 다른 범죄로 구속 수감됐을 당시 전 아내와 협의 이혼을 했으나 동거하다가 아들 결혼 이후 따로 살았다"며 "외견상 특별한 불화나 갈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고 생활비, 대학원 등록금, 통신비, 국민연금, 생일축하금, 아파트 공과금, 수리비 등이 계속 지원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는 스스로 점차 외톨이라는 고립감에 사로잡혔고 가장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한 채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결국 망상에 빠져 지난해 8월부터 이번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A씨가 사건 현장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외국인 가정교사) 등에 대한 살해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피해자들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최종 판단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아들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며느리와 손주 2명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너희들 다 이리 와라, 조용히 해라"며 위협했고, 도망간 며느리 지인을 추적하면서 2발을 쐈으나 현관문 도어락 등에 맞아 미수에 그쳤다. A씨는 이어 방에 숨어있던 며느리와 손주들과 대치하던 중 며느리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듣고 도주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에 사는 아들 B씨(33·사망)의 집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을 발사해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고 살인 범행 이튿날인 21일 정오에 발화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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