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잡으려면 어쩔 수가"…극한 폭염에 계속되는 '개문 냉방'

서울 도심 40개 매장 살펴보니 25곳 개문 냉방

극한 폭염에도 자영업자들이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둔 채 영업하는 '개문 냉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상가들이 '개문 냉방'을 하고 있는 모습. 변선진 기자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상가들이 '개문 냉방'을 하고 있는 모습. 변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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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온 35도를 기록한 7월31일 정오께. 광화문역부터 종각역, 명동역 일대의 1층 가게를 각각 20곳씩 총 40곳을 살펴본 결과, 25곳(62.5%)이 문을 연 채 냉방을 하고 있었다. 명동의 경우 개문 냉방한 채 영업하는 화장품, 옷가게가 많아 지나갈 때마다 에어컨 바람으로 인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명동의 화장품 가게 직원 A씨(36)는 "경쟁 가게들도 다 에어컨을 켜고 문을 열어둔 채 마케팅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경점 사장 B씨(57)는 "개문 냉방했을 때 시원함으로 지나가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며 "문을 닫고 영업했을 때보다 체감상 손님들이 20% 정도 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개문 냉방이 에너지 낭비의 주원인이라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문 냉방을 하면 문을 닫고 냉방했을 때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약 66% 증가한다. 또 개문 냉방은 도시 열섬 현상을 악화시킨다. 강하게 내뿜는 실외기 열풍이 도심 전체 기온을 높이기 때문이다.


개문 냉방을 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근거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통상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산자부가 에너지 사용 제한과 관련한 고시를 발표하고 단속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관련 고시는 2023년 1월 이후 내려진 적이 없기 때문에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낭비에 요인으로 지적되더라도 영업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관련 고시를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며 "관련 고시가 내려지더라도 단속 내용에 개문 냉방이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에너지 수급 지표를 보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평균 최대 전력은 8만4445㎿로 전년 동기(8만515㎿) 대비 4.8%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개문 냉방과 같은 비효율적인 냉방 관행을 줄이기 위해서는 요금 정책과 인센티브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는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 과도한 냉방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효율 냉방기기 교체 시 보조금 지원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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