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퇴직한 5060의 현실적인 재취업

20대 청년보다 높은 5060 고용률
창업·기술·현장직 등 선택폭 넓어
사무직보다 수요 많은 직종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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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2라운드를 시작했다. 다시 20대를 맞기라도 한 듯 맹렬히 자격증을 따고 지원서를 낸다. "30년 일했으니 실컷 놀 거야" 했던 결심은 1년을 못 갔고, "놀기엔 아직 젊다"며 구직에 몰두하고 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30대와 40대가 각 80%로 가장 높지만 50대가 77%, 60대 이상도 46%나 된다. 20대의 고용률이 59%인 걸 고려하면 '취준하는 자식은 집에 있고, 5060 아버지가 출근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친구들의 2라운드는 제각각이다. 전문성을 살리면서 덜 힘든 직장으로 다운시프트하거나 집을 사무실로 쓰면서 1인 창업을 하기도 한다. 분야와는 무관하게 재취업 잘되는 자격증을 따서 기술직으로 가거나, 자격증 없이 초기 진입 시기만 잘 버티면 되는 현장직을 선택하기도 한다. 여러 케이스가 있지만 여기서는 의외의 선택을 한 세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 친구는 시내버스 운전을 하고 있다. 버스 운전도 빌드업이 필요한 분야인데 1년 이상의 마을버스 경력이 있어야 시내버스를 할 수 있고, 3년 이상 무사고 시내버스 경력이 있어야 고속버스 운전이 가능하다. 길도 좁고, 정류장도 많고, 운행 스케줄도 빡빡한 마을버스가 가장 힘들고 급여도 낮은 편으로 서울시 기준 월 300만원 정도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조금씩 처우가 나아진다. 현재 서울시 시내버스 기사 정년은 만 63세. 정년 이후엔 주로 학원이나 통근버스로 옮겨 70세까지 일하는 추세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매출에 쪼일 때보다 여기저기 다니는 지금이 좋아" 친구는 간만에 편안해 보였다.


중견기업에서 인사 총무를 맡았던 한 친구는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빌딩관리실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재취업 시장에서도 '문송합니다'는 피할 길이 없어 '수요가 가장 많은 전기 자격증을 따자'고 마음먹었던 것. 전기기능사는 전공 불문하고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입문 코스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3년 실무를 쌓은 뒤 전기기사 자격증을 따서 아파트 관리소 전기과장이나 건설업체로 옮길 생각이다. "주택관리사 시험을 볼까, 전기 자격증을 딸까 고민했는데 잘한 것 같다"는 친구는 문과 출신도 무조건 '취업률 높은 자격증'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한 중장년 재취업 컨설턴트는 의외로 요즘 뜨는 분야가 '청소대행'이라고 했다. 30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집 안 청소 수요가 늘었고, 빌라의 계단이나 빌딩의 화장실, 카페의 제빙기나 커피머신 같은 전자제품 청소 요청도 많다. 과거에는 '독한 약품' 때문에 꺼리기도 했지만 최근엔 친환경 세제가 많고 도구도 좋아져서 크게 힘든 일이 없다는 게 중론. 청소 대행업체에서 도구 제공은 물론 매뉴얼 교육까지 하기 때문에 초보도 진출하기 쉽다. 모든 현장 일이 그렇듯 첫 석 달이 문제. 이 시기를 거치고 숙달되면 하루 8시간 일하고 월 300만~400만원 수입은 보장된다.

이 세 명의 이야기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월급은 적게 받아도 전문성은 살리고 싶은 퇴직자가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릿속 구직 시나리오'를 벗어나 먼저 손품을 팔 것을 권한다. 중장년 재취업을 지원하는 시니어워크넷이나 50+포털, 노인일자리여기 등에 가보면 퇴직자가 생각하는 '번듯한 사무직'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 위의 세 분야 외에 취업 공고가 가장 많은 분야는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물류와 택배기사 등이다. '수요'가 있어야 '일자리'가 있다.


이숙은 취업의뼈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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