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산재사망은 미필적고의 살인, 징벌배상 도입해야"

이 대통령, 33회 국무회의 주재
올해 5명 산재사망한 포스코이앤씨 질타
고용장관에 "산재사고 줄이기에 직 걸라"
이 대통령 "나도 현장 불시점검 가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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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잦은 산재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산재 사망사고에는 고액의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국무위원을 향해 "산재 사망사고에 직을 걸라"라며 직접 불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데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가 생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올해 5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살자고,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 아닌가"라면서 "어떻게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섯 명이나 죽을 수 있느냐"라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이앤씨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은 "맨홀 공사하다 두 명이 질식 사망했다고 한다"며 "폐쇄된 공간에 일하러 들어가면 질식 사망 위험이 많다는 것은 국민 상식인데 어떻게 보호장비 없이 일하게 하냐"라고 질책했다. 지난 27일 서울 금천구에서는 상수도 누수 공사를 하던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달 초에는 인천에서 맨홀 작업자 2명이 가스 중독으로 숨졌다.


李 "고용장관은 산재 감소에 직 걸라…나도 현장점검 가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산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산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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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올해부터 산재 사망 근절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부처 장관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형사처벌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지출이 늘어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습적, 반복적 사고가 발생했다면 고의에 가까운 것인데 징벌 배상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고액 과징금이라든지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기업들이) 실제 예방에 나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이 보고 도중 "(산재 사고 근절에) 직을 걸겠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진짜 시간 지나도 산재 사고가 안 줄어들면 직을 걸라"고 답했다. 또 이 대통령은 김 장관이 매주 진행 중인 현장불시 점검에도 동참하겠다고 내비쳤다.


상습적인 산재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투자와 대출 부문에서도 불이익을 가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이 같은 대책을 보고받고 "대출은 당장 조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준을 만들어서 대출과 투자에 불이익을 주는 게 상장회사에 큰 타격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를 향해 "기업들도 산재 사고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건설이나 이런 위험한 곳은 (산재 사고가) 비싸게 먹힌다, 엉터리로 관리하면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게 하라"라고 얘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대해 "일주일 만에 80% 국민께서 수령하셨다고 한다"며 "2022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보다 24%포인트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민께서 얼마나 소비쿠폰을 기다려 왔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며 "혹여 지급 대상에서 누락되는 분 없도록 잘 챙겨달라"라고 당부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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